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콘텐츠진흥팀장
[에세이]

눈길 가는 곳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아름다운 풍경이 나그네를 심쿵거리게 한다. 도시의 전경과 골목길, 그리고 삶의 이야기가 고풍스럽고 목가적이다. 쏟아지는 햇살도, 어깨를 뚝 치고 달아나는 바람도, 깊어가는 가을을 한유롭게 즐기는 사람들도 이방인을 반긴다. 부랴부랴 짐을 꾸리고 이탈리아 베니스 인근의 바사노시로 달려왔다. 역사와 자연의 풍미가 깊은 바사노에서 사진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는데 초대작가의 자격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다. 홍대기 사진작가, 동양화가 강호생 선생과 함께 했다. 올해로 5회째를 맞고 있는 바사노 포토그래피아 비엔날레를 통해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할 수 있는 영광을 얻은 것이다.

인구 30만 명의 바사노시는 오래된 성곽과 고건축으로 가득하고 맑고 푸른 산이 도시를 감싸고 있어 더욱 눈부신 곳이다. 베니스라는 세계적인 관광도시 때문에 그 명성이 부각되지 않았지만 나그네를 유혹하는 데는 베니스 부럽지 않다. 역사와 공간과 문화적 전통을 보존하고 첨단산업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노력이 돋보인다. 가까운 곳에 알프스산이 있어 풍경 하나 하나가 깊게 스며든다.

우리 일행은 바사노사진비엔날레에서 충북의 문화자원과 아름다운 풍경을 소개했다. 이미 우리는 2012년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을 글과 그림, 사진으로 담은 책 ‘즐거운 소풍길’을 출간했으며 문화부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다. 바사노사진비엔날레 사무국은 이 책의 내용을 보고 한국적인 풍경을 사진뿐만 아니라 그림과 스토리로 만들어 출품해 달라며 초대작가로 선정했고, 이에 우리는 스토리텔링이 있는 기획으로 화답했다.

'한국의 비경(A True Korean Flavor)'을 테마로 역사문화, 자연환경 등 충북의 비경 20곳을 선정했는데 600년 된 이 도시의 대표적인 건물에서 독립관 형식으로 전시되면서 유럽인들의 높은 인기를 얻었다. 세계 최초로 사진과 그림, 글이 있는 스토리텔링 전시를 했기 때문이고 동양의 낯선 풍경 앞에서 호기심이 만발했기 때문이다.

바사노사진비엔날레에 소개된 충북의 비경은 상당산성, 초정약수, 가로수길, 고인쇄박물관, 옥화구경, 법주사, 농다리, 충주호, 중앙탑, 농악, 대장간, 산막이옛길, 장작가마, 한천팔경, 화양계곡, 농경문화, 충북의 사계(봄, 여름, 가을, 겨울) 등이다.

홍대기 작가는 각각의 풍경과 그 속살을 생생하게 렌즈에 담았으며, 강호생 작가는 동양화의 매력인 수묵담채화로 내밀함을 표현했다. 그리고 필자는 서정적인 메시지와 역사적 사실을 조화시킨 짧은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문화(Culture)라는 말은 라틴어 'Cultus'에서 유래된 것으로 밭을 경작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생명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가는 과정 속에서 생명을 찬미하고 그 열매를 통해 삶의 가치를 만들며 경배하는 것이다. 오직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라 그란데 벨레짜. 이태리어로 숭고한 아름다움을 뜻하는 말이다. 충북의 아름다운 풍경과 삶의 이야기가 문화적 콘텐츠로 승화돼 세계를 향해 멋진 나래를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 글과 그림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공연과 문화상품으로, 아날로그와 하이테크로 마음껏 희망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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