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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제공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 어머니가 짓는 끼니엔 한숨이 절반이다. 아들도, 딸도, 청년도, 노인에게도 세상의 절반은 비애다. 먹고사는 단순한 여정이 지옥 같고 감옥 같다.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欲)의 칠정이 모두 울음 운다. 이렇게 답답하고 울적할 땐 꺼이꺼이 소리쳐 우는 것이 가장 빠른 치유다. 통곡에 가깝게 운다는 건 웃는 것과 같은 질감이다. '사내는 평생 세 번만 운다'는 말은 정녕 틀렸다. 어쩌면 세 번만 빼고 들키지 않았을 뿐이다. 가장(家長)의 눈물은 처마 끝 시래기에 걸려있는 빗물처럼 위태롭다.

▶양극화가 고약해지고 있다. 누군가는 집(테크)으로 돈을 벌고 누군가는 집이 없어 단칸방을 떠돈다. 그런데도 통계는 헛다리만 짚는다. 요상한 계산법이 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40%가 집이 없는데도 주택보급률은 103%다. 일자리 정책 또한 완전히 겉돈다. '일'은 넘쳐나는데 '일자리'만 열심히 만들어낸다. 너나할 것 없이 수도권을 기웃거리는 미스매치가 극에 달했다.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인 가계부채는 1400조원을 돌파했다. 43개국 가운데 2번째로 빠른 속도다. 웃을 날이 별로 없다. 웃고 싶지만, 웃을 개연성조차 없다. 행복지수는 떨어지는데 지니계수(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이 심함)는 치솟는다. 어디까지가 바닥일까. 잘살아도 세끼, 못살아도 세끼다. 그 알량한 끼니를 위한 밥벌이가 애잔하다. 사실은 잃을 것도 별로 없는 세상인데….

▶황금연휴다. 열흘을 쉰다는 건 복권 같은 것이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호사다. 그런데 희비가 엇갈린다. 단비가 우산 장수에겐 호재가 되지만 짚신장수에겐 악재가 되듯 명(明)과 암(暗)이 혼재하는 것이다. 이번 추석에 110만명이 해외여행을 떠난다고 한다. 이 숫자는 결코 적은 게 아니다. 45명중에 1명이 해외파라는 얘기다. 반면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장을 돌리고 가게를 연다. 한 달 중 3분의 1을 공치지만 월세라도 내려면 휴식을 반납해야하는 처지다. 더구나 쉬지 못하는 것도 서러운 판에 임금조차 못 받는 근로자가 22만명에 달한다. 체불임금액이 자그마치 9000억원대다.

▶휘영청 달 밝은 밤에 마루에 둘러앉아 풋콩 넣어 송편을 빚고, 일찍 익은 벼로 올벼송편을 만든다. 송편이 반달 모양인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보름달은 보기는 좋지만, 곧 기운다. 하지만 반달은 점점 더 차오르기에 희망적이다. 비가 그치길 기다려선 안 된다. 그림자가 앞서가길 기대해서도 안 된다. 비는 그쳐야할 때를 알려주지 않는다. 그림자는 절대로 나란히 가지 않는다. 항상 본인을 비켜선다. 족적이 아니라 배후다. 빽도 없고 뭐도 없는 그냥 그늘…. 누구나 하나 이상의 슬픔을 지니고 살고 있다. 겉으로 보면 평온해보이지만 단지 숨기고 살뿐이다. 좌절하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좌절할 힘이 남아있다면 아직까진 행복한 것이다. 이번 한가위엔 결혼 얘기, 직장얘기, 돈 얘기, 정치얘기 접고 그냥 '멍' 때리며 희망만 생각하자.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나재필 편집부국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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