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열 대전시 도시경관과장
[투데이포럼]

지난 10일 대전시에서 아시아태평양 도시정상회의(APCS회의)가 개최됐다. 동시진행 방식으로 개최된 분과회의에서 필자는 ‘스마트하고 안전한 도시만들기’라는 주제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학자 및 행정가들과 의견을 나누고 공감하는 자리를 가진바 있다.

‘일본도시의 범죄예방 활동’이라는 주제로 사가대학의 아리마 교수가 안전한 도시 만들기 사례를 발표한 후쿠오카시는 한때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7대도시에 선정되기도 한 범죄율과 물가가 낮은 삶의 질이 높은 도시이다.

이러한 살기좋은 도시에서 조차 범죄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경찰과 시민이 협력하여 증가하는 범죄를 예방하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시켜 나가고 있다는 후쿠오카시의 사례는 ‘살기좋은 도시’를 만드는 것은 정치가나 경찰 어느 누구만의 과제가 아닌 도시 구성원 전체가 함께 풀어나갈 공동의 과제라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대전시는 셉테드(CPTED, 환경설계를 통한 범죄예방) 관련 제도의 정착을 위해 2014년 ‘범죄예방도시디자인조례’를 제정하고 2015년부터 사업을 추진해 올해 6월에 셉테드 시범사업 2건을 완료했다. 이 셉테드 정책은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라는 시정비전 아래 ‘안전한 대전’을 만들기 위해 주요사업으로 추진해온 민선 6기 권선택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셉테드는 5가지 기본원리로 구현되는 환경디자인인데, 자연적 감시를 위한 야간조명(CCTV)의 설치, 자연적 접근통제를 위한 출입통제 디자인, 영역성 강화를 위한 울타리설치, 활용성 증대를 위한 공공 커뮤니티 공간 조성, 공공장소 유지관리를 통한 사용자의 일탈행위 억제 등이 주요 기법이다.

최근 대전시가 추진한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프로젝트는 안전과 회귀의 아이콘인 ‘등대’를 컨셉으로 진행된 셉테드 사업으로 주민들에게 시설 및 프로그램 전 분야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사업의 계획단계부터 경찰, 전문가, 주민의 의견수렴을 16차례 이상 수행한 결과이며, 안전도시를 위한 주민의 공감대 형성과 시민공동체의 역량이 사업 전반에 결집되어 나타난 결과다.

대전에서 추진한 안전도시 만들기 사업의 성공요소가 APCS회의에서 소개된 후쿠오카시의 범죄예방 활동 사례의 핵심적 메시지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은 살맛나는 도시를 꿈꾸는 대전시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대전시는 현재 범죄예방설계 기본계획 및 가이드라인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 중에 있으며, 향후 완성된 가이드라인을 공원, 교량하부, 공공건축물 등 도시계획시설에 적용함으로써 공공디자인을 통한 안전도시 구현의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2018년에는 15억의 예산을 투입하여 셉테드 선도사업을 대전시 곳곳에서 추진해 갈 예정이며, 지난해 시범사업인 ‘도심으로 돌아온 등대’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브랜드화해 대전의 도시경쟁력 강화에 전력을 다 해나갈 것이다.

셉테드 사업의 성공여부는, 지역 특성에 맞는 범죄예방 공공디자인의 적용, 지역주민과 경찰의 체계적인 협업에 의해서 결정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주민들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시민공동체 역량의 결집과 그 지속 가능성에 달려있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추진되는 셉테드 선도사업으로 대전시가 ‘안전하고 살맛나는 도시’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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