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규 건양대 창의인재처장
[아침마당]

필자에게는 요사이 하나의 버릇이 생겼다. 컴퓨터를 켜면 하루에도 서너 번 포털사이트에서 필자가 속한 ‘건양대학교’와 ‘건양대학교병원’을 검색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개월 간 건양대학교를 둘러싼 많은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왔을 뿐 아니라 TV 뉴스방송에서도 여러 차례 다루어 우리 조직의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2년 전의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을 한 번 돌아보게 된다.

늦봄에 시작된 메르스사태는 그해 초여름에 건양대병원을 온 세상의 중심에 놓이게 했다. 그 당시 사건의 중심에 있던 간호학과가 있던 건양대 대전캠퍼스는 일시적으로 휴교까지 하게 됐다. 여름이 지나고 초가을 될 때까지 건양대병원의 주차장은 텅 빈 상태로 있어 우리의 미래가 암울해 보이기만 했던 시절이다.

그러나 우리 건양대병원의 준비된 시설과 간호사, 의사들의 헌신적 태도는 오히려 위기에서 우리대학병원을 빛나게 했다. 8월 말 터진 한 간호사의 자기희생정신은 의료인의 숭고한 정신을 다시금 세우게 되면서 모든 의료인들의 귀감이 됐다. 그러한 구성원들의 헌신은 어느 개인이나 본인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기에 더욱 큰 미담으로 보도됐다.

그해 온 세상으로부터 관심을 받아온 건양대학과 건양대학병원의 메르스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될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2016학년도 수시모집이 시작됐다. 건양대 구성원들은 메르스 사태로 인해 입시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정 반대로 의료와 보건계열의 의과대학 간호대학 그리고 의과학대학 등이 오히려 긍정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유래 없는 입시성적을 거두게 됐다.

병원은 병원대로 도약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병원주차장은 빈 공간이 없게 됐다. 그야말로 위기가 기회로 바뀐 ‘전화위복(轉禍爲福)’의 사자성어를 떠오르게 했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의 위상은 전국적으로 한 단계 상승하게 됐다. 그 판단의 잣대는 건양대 병원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의 수와 건양대 입시결과가 아닐까 한다.

지난 2개월 간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은 또 다른 시련에 들게 됐다.전근대적인 경영방식과 비도덕적 경영스타일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번에도 우리 구성원들은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지도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발 빠르게 조직의 문화를 바꾸고 경영을 혁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드라마틱한 것은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한 명문대학을 만들기 위해 30년 가까이 헌신을 다해 일궈 놓으신 설립자인 총장이 빠른 결단으로 물러나고 2주 만에 새로운 총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등 대학과 재단 모두가 정상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건양대학의 입시를 총괄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수시전형 접수 2주를 남겨 놓은 시점에서 일어난 일들이라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날로 심해지는 학령인구의 감소로 올해 특별히 건양대 구성원 모두가 입시에 신경을 써 왔던 터라 마음을 조아리며 그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수시전형 접수가 마감되고 결과를 보니 지원자 수는 대전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지원자가 늘어나 전년대비 1000명 넘게 증가됐다.

대전 지역은 유일하게 전년대비 지원자가 감소했다. 이번 일련의 사태는 건양대 구성원을 가장 힘들게 했고 입시 결과로 볼 때, 그 다음으로 건양대학과 건양대학병이 위치한 대전 시민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결과로 건양대가 위치한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감이 막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계기가 됐다. 2년 전 메르스 사태를 슬기롭게 극복했던 건양대와 건양대병원에 또 한 번의 시련이 왔다. 이번 사태를 맞이한 건양대 구성원이 놓여있는 환경과 사태를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는 2년 전과는 전혀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니체가 말한 "널 죽이지 못하는 것은 너를 더 강하게 만들뿐이다(What doesn't kill us makes us stronger)"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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