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준

세트장이 촬영 지역을 홍보하고, 관광상품으로 자리매김해 적지 않게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으나 이는 장기간 방송이 가능한 TV드라마 세트장인 경우의 얘기이다.

또 이 같은 TV드라마 세트장이라 해도 그나마 드라마가 종영되고 시간이 지나면 세트장으로서의 가치를 잃고 마는 게 현실이다.

보은군이 3억원이라는 거금을 지원키로 한 '원효대사' 세트장은 아무래도 사정이 달라 보인다. 우선 요석공주와의 사랑, 아들 설총의 탄생 등 대하드라마로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원효대사'의 소재가 과연 영화로 흥행을 거둘 수 있을지에 괜한 노파심이 든다.

다행히 흥행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1년 정도 지나면 비디오로 출시돼 점차 흥행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국내 영화 현실을 감안할 때 '원효대사 신드롬'이 얼마나 지속될지에도 걱정이 앞선다.

특히 아직까지 국내에서 TV가 아닌 영화, 드라마 세트장이 장기간 국민들의 관심거리로 남아 있거나 명소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 제대로 없다는 점도 솔직히 부담스럽다.

군은 영화 세트장으로 활용도 하고, 신라시대 역사관 등으로 모양을 갖춘다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을 때 가능한 얘기다.

만약, 영화가 전국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데 실패한다면 예산낭비는 물론 흉물로 남아 있을 세트장 철거를 위해 또다시 세금을 들여야 한다.

군에서 의미를 두고자 하는 역사관 역시 도내 모 자치단체에서 이미 대규모 역사관 건립을 추진할 예정이고, 경북 영주 민속촌과 같은 대형 역사촌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점에서 호응도가 떨어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군의 이번 영화촬영 세트장 지원계획은 그래서 더욱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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