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불로소득 부정적 여론·금융당국 조사방침 부담된 듯

▲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인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일 자진사퇴한 것은 무엇보다 주식투자로 거액의 불로소득을 얻은 데 대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여기에 금융감독원이 전날 "진정서가 들어온다면 조사할 방침"이라고 법적 절차에 따른 조사 진행 의지를 밝힌 것도 사퇴 의사를 굳히는데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에 대한 논란은 지난달 28일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당시 청문회에서 야당은 이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주장하면서 1년 반 만에 거둔 대규모 주식 거래 차익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법관 출신인 이 후보자의 남편이 작년 2월 재산 신고를 했을 때 전체 재산 중 주식이 2억9천만원 수준이었지만, 이 후보자 지명 이후 신고된 재산에서는 주식이 15억1천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1년6개월 새 보유 주식가액이 12억2천만원가량 증가한 것은 증권가에도 '정상적인 일은 아니다'라는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몸살을 앓은 내츄럴엔도텍[168330] 주식을 사들여 5억7천여만 원의 매도차익을 낸 것과 관련해서는 '내부자 거래' 의혹도 제기됐다.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청문회에서 "비상장 주식을 샀지만 얼마 후 상장이 되고 2차례 무상증자가 이뤄졌다. 2만2천원에 주식을 샀지만 5만원에서 7만원 사이에 매도했다"며 "내부자 정보 없이 샀는데 우연히 상장되고 무상증자하나"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내부자 거래는 없다"며 "변호사로서는 주식투자에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은 이 후보자의 주식 거래 수익 의혹과 관련한 금융당국의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금융당국도 진정서가 접수되면 법적 절차에 따른 조사를 진행한다는 의사를 31일 밝혔다.

바른정당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오신환 의원은 1일 금융위원회에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하고서 "이 후보자가 현재까지 수억원의 수익을 낸 종목의 주식 거래 내역을 보면 주가가 높을 때 매도하고 급락한 주식을 다시 매수하는 이른바 '작전세력'의 매매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 정보수령이 여러 단계를 거쳤을 경우에도 과징금을 통해 부당이득을 환수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실세로 작년 9월 발생한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5월 5차 정보수령자인 전업 투자자에게도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당국의 조사 여부를 떠나 공직 후보자가 단기간의 주식투자로 거액의 불로소득을 얻은 데 대한 곱지 않게 보는 여론도 이 후보자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 후보자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불법거래는 없었음을 재차 강조하면서 "그러나 그와 같은 설명과는 별도로, 그런 의혹과 논란마저도 공직 후보자로서의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게다가 야당 일각에서 자신의 인사청문회 통과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연계하는 움직임을 보인 것도 부담을 한층 더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자는 입장문에서 "저의 문제가 임명권자와 헌법재판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제가 원하는 바가 아니며 제가 생각하는 헌법재판관으로서 역할도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현 대변인은 이 후보자의 사퇴 직후 낸 논평에서 그동안 야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여부를 이 후보자와 연계해 왔던 만큼 이제라도 헌재의 공백 상태를 신속히 메워주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당국의 조사를 통해 이 후보자의 내부자거래 등 불법 거래 여부가 확인될지는 불투명하다. 의혹이 제기된 내츄럴엔도텍 주식의 경우 2년여 전에 거래가 이뤄진 데다 뚜렷한 증거나 제보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후보자가 사퇴함에 따라 금융당국은 조사를 진행할지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진정서가 접수되면 통상적으로 거치는 절차가 있다"며 "정치적인 것과 별개로 이 경우에도 그런 과정을 거치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논평에서 "이 후보자 사퇴로 모든 문제를 끝낼 것이 아니라 범법행위에 대한 사법적인 판단이 따라야 한다"며 "철저한 조사와 검찰 고발을 통해 명명백백하게 국민에게 한 점의 의혹을 없애고 사법적 조치까지 즉각 나서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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