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표 한국수자원공사 아산권관리단장
[투데이포럼]
현재 지구촌 곳곳은 유례없는 대홍수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을 강타한 열대폭풍 '하비'는 미국 역사상 최대 강우량인 1250㎜가 내려 650만명의 이재민과 천문학적인 경제적 손실(300억~1000억 달러 추정)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번에 내린 강우량은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1274㎜)과 맞먹는 수준이다. 인도 북부, 네팔 남부와 방글라데시 서북부지역은 여름 몬순 폭우에 의한 최악의 홍수로 2400만명이 홍수피해를 입고 1200여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자연에 의해 발생하는 이러한 대홍수를 접할 때 겉으로 드러나는 피해 규모만 볼 것이 아니라 발생 원인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기후과학자들은 '하비'를 포함한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대홍수는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후변화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산화탄소나 메탄가스 같은 온실가스는 열을 대기 중으로 묶어두는 역할을 하여 대기 온도 상승을 초래하며, 따뜻해진 공기는 대기 중 수분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열 가운데 일부는 대양에 흡수되어 해수면의 온도가 올라가게 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이러한 장기간의 폭우로 인한 극단적인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기후변화로부터 결코 안전한 지대는 아니다. 최근 극심한 가뭄과 국지적 집중호우와 같은, 시기별 강수량의 변동 폭 증가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오래전의 일처럼 우리의 기억속에 점차 잊혀가고 있지만, 불과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신문이나 TV 방송의 최고 관심사 중의 하나는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부족이었다. 말라가는 농작물과 바닥을 드러낸 저수지나 하천은 주변에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장마가 시작되면서 가뭄의 고통은 해결되었지만, 단시간의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 피해가 뒤를 이었다. 가장 심각했던 지난 7월 16일 청주지역에는 시간당 90㎜, 반나절에 290㎜의 기록적인 강우량으로 큰 침수 피해가 발생하였다.
최근에는 지역별과 계절별 강수편차가 커지면서 물관리가 힘들어졌다. 장마가 사실상 끝난 현재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댐들은 60%를 웃도는 저수율을 보이지만 충남 서부의 보령댐, 전남의 평림댐, 경북의 운문댐과 영천댐은 아직도 저수율이 20~3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댐들은 인근 지역에 생활용공급 뿐만 아니라 농업용수와 하천유지용수 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때문, 향후 추가로 강우가 내리지 않는다면 당장 물부족을 걱정하여야 할 형편이다. 이제는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맞춰 적극적이고 선제적 물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물자원의 활용 효율성을 높여 지역 간의 수급불일치 해소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그 예로, 공급량이 여유있는 지역과 부족한 지역 간의 광역상수도 관로를 연결하여 급수체계 조정으로 물이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수원이 부족한 상습 가뭄지역에는 해수담수화나 지하수댐과 같은 대체 수자원을 확충한 맞춤형 대책 추진으로, 국지적이며 반복적인 가뭄발생의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