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창환 청주기상지청장
[아침마당]

폭우(暴雨)와 폭염(暴炎), 한자의 뜻으로 보면 사나운 더위와 비를 의미한다. 어감만으로도 그 정도가 매우 심함이 느껴진다. 올 여름 충북에는 유난히도 사나웠던 날씨가 이어져 인·물적 피해가 발생하는 등 힘든 시기를 보냈다. 폭염과 폭우가 공존한 특이하고도 사나웠던 올해 여름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올 여름, 곳곳에서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폭염이 나타났다. 특히, 더위는 5월부터 그 기세를 떨치며 8월 중순까지 이어졌는데 지난 5일 청주의 최고기온은 36.7℃까지 올라 역대 8월 최고기온 4위를 기록했다. 이렇게 폭염이 지속하면서 5월부터 8월 초까지 도내에서만 온열질환자가 104명이 발생해 이 중 1명이 사망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6월까지 적은 강수량으로 심각한 가뭄을 걱정했는데, 7월에 들어서며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리는 국지성 호우가 충북을 중심으로 빈번히 발생했다. 특히 지난 7월 16일 청주 290.2㎜, 증평 225.0㎜, 괴산 173.0㎜, 진천 149.0㎜ 등 짧은 시간 동안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와 시내 곳곳이 잠기며 247명의 이재민과 500건이 넘는 침수피해가 발생하는 등 지역민에 아픈 상처를 남겼다.

하지만 이날 경남 지역에는 비 한 방울도 내리지 않은 무더위가 지속하며 한쪽은 폭염, 다른 한쪽은 폭우가 나타난 기상 양극화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이 평년보다 북서쪽으로 크게 확장하면서 그 가장자리를 따라 우리나라로 덥고 습한 수증기가 다량으로 유입돼 기온이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한반도 중부까지 크고 강하게 자리 잡은 북태평양 고기압 때문에 장마전선이 중부지방에서 활성화되면서 장마 기간 동안 많은 비를 뿌렸다. 지난 7월 16일 도내에서는 중국 북부에 위치한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 사이로 많은 수증기가 통과하며 강한 비구름이 만들어져 청주에는 시간당 강수량 91.8㎜라는 역대 가장 강한 집중호우를 발생시켰다. 반면 남부 지방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상공을 덮어 마른장마가 나타나고 맑은 날씨에 강한 일사가 더해져 연일 폭염이 이어진 양극화된 기상을 보였다.

최근 지구온난화로 기후변화가 일상화되어 충북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폭염, 폭우, 가뭄과 같은 극단적이고 국지적인 기상현상의 정확한 예측을 위해서는 수치모델의 예측 성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2011년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 사업단을 설립해 2019년을 목표로 우리나라 지형에 적합한 고유의 한국형 수치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폭염재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08년부터 폭염 기상특보를 운영하고 있으며 폭염대응 관계부처 및 지자체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폭염정보 문자서비스와 농·어촌 지역 이장단, 노인 돌보미, 영·유아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폭염특보 문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내에 폭염연구센터를 설립해 폭염예측을 위한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지구온난화가 심해지면서 국지적으로 폭우, 폭염, 가뭄 등이 언제든지 발생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청주기상지청에서는 충북의 지형에 따른 기상 특성을 학·관·민과 협력해 연구하고 예보관의 분석 능력을 향상해 더욱 정확한 예보로 기상재해 없는 충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