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수 청주시 청원구 가족관계등록팀장
[투데이포럼]

가족과 함께 1980년 5월 18일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제작한 장훈 감독의 '택시운전사'란 영화를 보게 됐다. 8월 2일 개봉한 이 영화는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금까지 5·18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2007년 7월 개봉한 '화려한 휴가'를 필두로 '순지'(2009년), '오월愛(2011년)', '26년'(2012년) 등 꽤 여러 편에 이른다. 이 밖에도 상당수의 서적과 드라마로 출간됐고 방영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영화가 다른 영화에 비해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흥미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주연 송강호의 차별화된 연기와 평범한 신분의 택시 운전사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스토리를 전개한 것, 이에 더해 1980년 5·18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토마스 크레취만)는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나는 소문을 듣고 직접 취재하기 위해 택시를 탄다. 그 택시 기사가 바로 김만섭(송강호)이다. 홀아비로 월세방에서 어린 딸을 키우며 살아가는 서울의 한 평범한 택시 운전사 김만섭은 외국 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오면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 기자를 태우고 광주로 향한다.

그곳에 도착해 보니 계엄군들이 시민들을 죽이고 폭행하고 있는 현장을 보게 됐고 그때야 TV에서 보도되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기자는 그 현장을 촬영해 널리 알리기로 결심한 후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촬영에 성공한다. 기자는 택시기사 김만섭의 도움으로 광주를 빠져나와 세계에 광주의 실태를 보도한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다. 1980년 5월 어느 날 나는 이발을 위해 내가 다녔던 학교 옆 이발소를 들렀다. 안으로 들어가니 여느 때와 같이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고, 때마침 광주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학생으로 보이는 손님과 중년의 이발사가 그 당시 광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과 그 이발소에서 들은 그 학생의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그 당시 광주의 사실(fact)에 대해 잠시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올해로 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37년이 됐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지만 우리의 역사는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고 고난과 역경으로 점철돼 왔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지만 행동하는 양심과 평범한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희생으로 민주주의는 발전했고 그 토대 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더욱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 젊은이들이 살아갈 이 땅에 다시는 이러한 비극과 슬픔이 생기지 않길 바라본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은 再生(재생) 할 수 없다"고 했고,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1940년 5월 14일 라디오 연설에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해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역사는 발전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되돌아가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잊지 않는 민족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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