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온 가족이 모여 땅콩과 호두를 깨 먹는 우리네 전통풍습을 '부럼을 까다'라고 한다.

대보름 먹거리로는 밤, 호두, 잣, 은행 등 부럼과 찹쌀, 서리태, 가지나물 등 5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은 오곡밥과 가을에 말린 묵은 나물이 대표적이다.

부럼은 '부스럼'의 준말인 동시에 딱딱한 껍질로 된 과실류를 이른다.

대보름 전날에는 오곡밥과 묵은 나물을, 대보름 당일 새벽에는 부럼을 깨물며 한 해 소원을 빌면 된다.

부럼은 특히 부스럼을 막아주는 영양소가 쌀보다 훨씬 많아 피부건강에 좋아 여성들에게 인기다.

오곡밥은 찹쌀, 찰수수, 팥, 차조, 콩 등을 섞어 지어 먹는 밥을 말하는데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하다.

반찬으로는 가을에 말려둔 호박, 가지, 시래기, 곰취 같은 묵은 나물을 삶아 먹는 것이 좋다.

이 같은 대보름 먹거리는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기 위해서라지만 겨울 동안 없어진 입맛을 되살리기 위해 만들어진 풍습이기도 하다.

부럼 고르는 법은 간단하다.

지역 백화점과 쇼핑센터들이 15일 정월 대보름을 맞아 저마다 대보름 특설매장을 설치하고 각종 부럼과 오곡밥 재료, 나물류를 한데 모아 판매하고 있기 때문.

이를 이용하면 평소보다 10% 정도 저렴하게 살 수 있는데다 원쇼핑이 가능, 편리하게 장을 볼 수 있다.

보통 4인 가족 기준으로 대보름 음식을 장만하는 데 드는 비용은 3만6000~4만원 정도.

품목별 100g당 시세는 땅콩 850원, 밤 600원, 호두 1200원, 잣 6500원 등이다.

땅콩은 전체 부럼 판매액 중 45% 안팎을 차지할 만큼 인기가 좋은데 고를 때 겉표면이 지나치게 깨끗하면 중국산일 확률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은 국내산보다 맛이 덜하다"며 "흙이 묻어 있으면 통관이 안되기 때문에 중국산은 깨끗하고 씨알도 굵은 편"이라고 말한다.

호두의 경우 수입산은 화공약품을 쓰는 경우가 많아 겉면이 하얗게 보인다.

국내산 호두는 씨알이 굵고 껍질을 벗겼을 때 결실률이 적은 게 특징.

잡곡밥과 오곡밥은 따로 팔지 않고 혼합으로 포장된 세트상품을 구입하면 간편하다.

가격은 잡곡밥(1㎏) 5550원, 오곡밥(800g) 3990원이다.

■ 제대로 알고 먹기

▲부럼깨물기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는 밤, 호두, 잣, 은행 등 부럼을 깨무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음식이다.

대개 자기 나이 수대로 깨물기도 하나 노인들은 이가 단단치 못하므로 몇 개만 깨문다.

여러번 물지 말고 단번에 깨무는 것이 한 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데 좋다고 한다.

깨물 때 1년 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이뤄지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하는 풍습. 부럼을 위해서 과실은 대보름 전날 미리 준비해 둔다.

▲오곡밥=정월 대보름날은 다섯가지 이상의 곡식을 섞어 지운 밥을 먹는데 이것이 오곡밥이다.

또 정월 대보름날엔 세집 이상의 다른 성을 가진 집의 밥을 먹어야 그 해의 운이 좋다고 해서 여러 집의 오곡밥을 서로 나눠 먹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이날은 밥을 아홉번 먹어야 좋다고 해서 평상시 하루 세번 먹는 밥을 아홉 그릇 먹고, 체력을 튼튼히 키운 뒤 나무를 아홉 짐 했다고 한다.

▲약식=약식을 먹는 유례는 신라 21세대 소지왕 때부터다.

소지왕이 정월 대보름날 천천사에 행차하던 길에서 까마귀와 노인을 만나 음모로 죽을 뻔한 목숨을 구했는데 그 후 이들을 기리기 위해 약식을 만들어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이 때부터 대보름날 약식을 먹게 된 풍습이 생기게 됐으며 이날 약식을 먹으면 좋은 행운이 따른다는 것이다.

▲귀밝이술=보름날 아침에 마시는 술로 이명주, 명이주, 치롱주, 총이주라고도 한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풍속으로 대보름날 아침에 데우지 않는 술(청주)을 한잔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또 일년 내내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해 남녀노소 누구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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