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기봉 대덕산업단지관리공단 이사장
[독자위원 칼럼]

아산(峨山) 정주영 회장은 빈손으로 현대그룹을 일군 위대한 경영인이다. 제1회 한국경영대상(1987), 국민훈장 무궁화장(1988), IOC훈장(1998), 노르웨이 왕실훈장(1998) 등을 수상했고, 타임지 선정 ‘아시아를 빛낸 6인의 경제인’(1996)에 선정된 바 있다. 귀감이 되는 많은 어록을 남겼는데 이러 저러해 어렵다는 부정적인 보고가 올라오면 “임자 제대로 해보기나 해봤어!”라며 불도저처럼 밀어붙여 오늘날의 ‘성공신화’를 이룩했다.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정 회장의 기업가 정신, 경영철학 등을 연구해 기업 경영에 접목시키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회장의 좌우명처럼 그는 기업가 정신의 본질이 ‘불굴의 도전과 모험정신’에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을 겸비했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곧 치밀한 검토와 확고한 신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인이 갖추어야 할 정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기업가 정신은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나 정신’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 ‘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처해 있는 국가의 상황이나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고 덧붙였다.

요즘 우리 젊은이들에게 바로 이 기업가 정신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목적 의식도 희박하고 힘든 과제를 아예 회피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더구나 시대와 사람이 바뀌면서 기업가 정신이 요구하는 내용도 한층 복잡해졌다. 전통적 기업가 정신이었던 도전과 창조성에 더해 리더십(자기 주도성)과 가치 지향이 이 시대의 기업가 정신이 됐다.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치는 사회 공헌과 자기효능감이다. 공유경제와 주문형 경제가 부상함에 따라 가치를 공유하는 가치지향성이 강조됐다. 또 구성원 전체의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리더십도 요구된다.

지난 1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기업가 정신(한·미·일·중 4개국 비교)을 조사했는데 전체적인 기업가 정신 수준은 중국과 미국이 가장 우위에 있고 그 다음이 한국과 일본 순이라고 밝혔다. 주목할 것은 우리나라는 기회형 창업보다는 생계형 창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도전정신이 취약하고, 네 나라 중 사회 공헌에 대한 의식이 가장 미약했다.

우리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훌륭한 기업인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업가 정신에 대한 평생교육체계 구축이 전제돼야 하고, 기업 경영에 필요한 진로지도 역시 병행돼야 한다. 실패에 대한 인정과 보상이 없는 한 젊은이들은 도전하지 않을 것이고, 실패를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할 것이다. 기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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