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예총 새 회장에 박홍준 전 대전미술협회장이 선출됐다. 직전 회장이 대학생 상대 갑질 논란 등으로 물의를 빚던 끝에 중도 사퇴한 터여서 이번 보궐선거에 쏠린 시민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도 컸다. 예술계에 도사린 해묵은 반목과 분열 양상을 지켜봐야만 했던 지역민의 눈길은 곱지 않았다. 향후 1년 6개월 잔여임기 동안 새 회장에 대한 리더십에 기대를 거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예총회장은 공인다운 자질과 도덕성을 저버릴 수는 없다. 이를 권력화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면 그 결과는 보나마나다. 직전회장이 본업인 대학교수직을 수행하면서 학자적인 양심을 저버리고 가볍게 처신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예총회장직을 수행할 수가 없다. 그 파장이 여간 큰 게 아니었다. 예술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있다. 전임 회장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상처를 치유하고 실추된 위상을 바로 세우는 건 지역 예술계의 자체 역량에 달려 있다.

역대 선거 때마다 고질적으로 불거졌던 후유증을 이번엔 어떻게 극복할 건지가 최대 당면 과제다. 회장단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신임 박 회장은 산하 10개 단체 회장, 임원들과의 대화 및 소통에 방점을 찍고 대전문화예술의 위상 재정립에 나설 것을 다짐했다. 예술계 특유의 유아독존적인 성향과 더불어 파벌 의식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지역예술발전이라는 공동 목표 앞에서 뒷짐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예총의 자치 수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총 역할이 종전보다는 축소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이 2009년 출범하면서 기존의 업무·예산의 상당량이 재단 측으로 이관됐다.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예술계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일에 익숙해 있었는지부터 되돌아봐야 한다. 끼리끼리 칸막이 구조로 인해 각고의 자정노력이나 검증 시스템이 전혀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한다. 시민이 공감할 만한 쇄신책이 나와야 한다.

예총 위상 정립은 먼저 예술인들의 권익 대변과 창작 활동 보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 예총의 정체성과 연관된 주제다. 예총 사업에 대충 그렇고 그런 행사가 없는지 살펴보기 바란다. 정치색 배제가 필수다. 공사(公私)가 추상과 같이 분명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로 공동체의 공감을 얻는 데서부터 시작하기 바란다. 예총이 왜 필요한가를 시민에게 직접 보여줘야 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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