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K-water융합연구원장
[경제인칼럼]

최근 바른 휴가 사용을 주제로 한 모 회사의 TV 광고가 이목을 끌고 있다. 직원들은 자유롭게 휴가를 떠나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휴가 사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하는 내용인데,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단발성 광고가 아니라 여러 편의 영상 스토리를 통해 그간 직장인들이 휴가 사용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던 점들을 속속들이 집어내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은 것이라 생각된다.

후보 시절부터 소통을 중시해온 문재인 정부의 회의나 간담회 모습도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른바 ‘지시사항 받아쓰기’를 금지시키면서 잘못된 정책 방향에 대해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도록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그런가하면 기업인 간담회에서는 ‘노타이’, ‘호프미팅’이라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조직·기업 문화 역시 이렇게 변화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직장인들이 자기 마음대로 휴가를, 그것도 여름휴가와 같은 장기휴가를 사용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은 일이었다. 회의를 진행할 때는 일일이 회의 문건을 작성하여 배포하고, 혹시라도 상부 조직에서 지시하는 바가 있으면 이를 전파하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토론보다는 상명하복식 명령 하달이 흔히 볼 수 있는 회의의 풍경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는 조직, 기업들이 처한 환경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치조직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민주주의 제도가 일반적인 문화로 정착되면서 상명하복식의 조직문화는 조직원의 반발을 사는 점은 물론, 창의와 혁신이 조직생존의 주요 화두가 됐기 때문에 개인의 창의성과 무한한 아이디어를 조직의 주요 전략으로 흡수할 수 있는 유연한 문화가 필요해진 것이다.

또한 일과 가정의 양립, 개인의 여가 활용, 유연한 조직 문화가 점점 중요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휴식의 보장이 창의·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증가하고 있다. 즉 유연한 조직·기업문화가 그 조직·기업의 성장 발판이 된다는 것이다.

K-water 역시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 ‘가정의 날’을 도입한지는 오래됐고, ‘Smart Friday’를 신설해 업무 시간 이후 직원들이 여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 매주 하부 조직별로 시행되던 회의 횟수를 최소한으로 줄여가고, 더불어 자료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도록 ‘Paperless 회의’를 정착해나가고 있다. 건물 한 채를 짓더라도 지반이 다져져야만 안전한 건물을 올릴는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과거 7~80년대에는 조직의 체계와 노동과 자본의 투입 그 자체가 중요했고, 이것만으로도 우리나라는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다져진 지반 위에서 ‘어떤 건물’을 지을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건물의 디자인, 건물 내의 구조와 각 실의 배치 등 효율적이면서도 사람을 위한 설계를 위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절실하다. 결국 조직·기업의 경쟁력은 결국 창의와 혁신을 밑바탕으로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조직·기업 문화가 유연하게 변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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