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ETRI UGS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
[젊은과학포럼]

'싱크홀', 최근 몇 년간 뉴스를 보면 가끔 등장하는 익숙한 용어이다. 도심지 개발이 진행되면서 땅속에 매설된 상·하수관로의 노후화, 지하수 등의 원인으로 지반 침하가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불시에 땅 꺼짐이 일어나 보행자나 차량 및 운전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UGS융합연구단의 UGS는 Under Ground Safety의 약어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없는 지하 공간의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및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중 앞서 말한 '싱크홀 사전 감지 및 예방'은 대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결과물이다. 필자는 현재 연구원으로서 두 가지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첫 번째는 연구 개발 성과의 상용화이고 두 번째는 타 연구소와의 협력을 통한 융합 연구다. 정부출연연연구원의 역할은 크게 원천/핵심 기술 개발과 중소기업 기술 지원을 통한 기술 상용화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필자는 2008년부터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개발 과제에 몸담아 왔다. 그동안 연구실에서 수년간 연구개발한 성과물이 이제 세상 밖으로 빛을 보며 나오려 한다. 연구실 수준의 결과물에서 출발하여 실용화 수준의 기술을 내놓는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다. 조만간 내가 지나가는 도로에 내가 만든 기술이, 또한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또 다른 경험은 타 연구원과의 융합연구다. 필자가 소속한 연구단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의 주관으로 ETRI 이외에도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함께 각자의 기관이 전문으로 하고 있는 분야를 바탕으로 공동 문제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며 연구를 한창 진행 중이다. 초기에는 서로의 연구에 필요한 용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꾸준한 대화와 협력을 통해 '국민의 안전'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연구원들이 국민의 안전을 위함이라는 일치된 목표아래 똘똘 뭉쳐 시너지를 냄으로써 오늘과 같은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된다. 우리의 연구결과는 지난해 대전시의 도움으로 월평역을 대상으로 테스트가 가능했다.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낸 결과를 시스템으로 만들어 월평역에서 시험해 봄으로써 자신감을 한층 더 얻게 된 계기가 됐다. 올해는 서울시 왕십리역 주변에 테스트베드를 설치하여, 정부출연연구원 연구결과물의 공공성 목적의 실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로써 머지 않아, 싱크홀로 인한 인명피해의 뉴스보도가 아닌, 싱크홀을 예방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이라는 뉴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3년 전, 처음으로 어색하게 모여 시작된 융합연구단의 시작은 미미했지만, 그 파급력은 앞으로도 국민생활 안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연구를 하도록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감사를 드리고 한 배를 탔던 동료 연구원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이제 융합연구는 시작이라고 본다. 비단, 국민의 생활, 안전과 관련해서는 싱크홀 뿐만 아니라, 조류독감(AI), 미세먼지, 구제역, 에너지 등 국민의 안전을 도모하는 많은 연구들이 정부출연연구원의 협업과 소통아래 강화 되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정부출연연구원의 본래 미션이기도한 원천기술 개발로 국민과 함께하는 정부출연연구원,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는 연구원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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