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반장 역으로 눈도장…30대에도 교복 어울려 다행이에요"

'7일의 왕비'에서 가장 비운의 캐릭터를 꼽으라면 채경(박민영 분)이겠지만, 그를 끊임없이 위협했던 명혜도 사실은 얻은 것 하나 없는 인물이다.

머리도 좋고 선구안도 있어 중종반정에 큰 역할을 했지만 사랑하는 역(중종, 연우진)의 마음은 얻을 수 없었고, 장경왕후로 알려졌으나 중전 자리에 오르는 모습도 끝내 보여주지 못했다.

최근 종영한 KBS 2TV '7일의 왕비'에서 명혜를 연기한 배우 고보결(29)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이번이 첫 사극 도전이었던 고보결은 "명혜의 삶이 참 가혹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역이 오라버니를 위해, 대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했는데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니 가끔은 (연)우진 오빠가 진짜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혜를 연기하면서 '사랑이란 게 대의를 이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많이 했다"며 "마지막에는 명혜도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것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죽은 서노(황찬성)가 말했듯 집착이 아니라 오롯이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결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명혜는 특히 칼로 자신의 옷을 벗겨가며 위협했던 연산(이동건)에게도 과거 역이 재활할 때 사용했던 지팡이를 건네며 스스로 마지막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아량을 베풀었다.

"마지막에 보면 명혜가 칼자루를 쥐고 있거든요. 제가 명혜라면 연산이 했던 것처럼 똑같이 한 겹 한 겹 칼로 벗길 수도 있었을 텐데…. (웃음) 그런 성숙한 선택을 한 결말이 저도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는 이동건에 대해 "선배님이 카리스마가 넘치다 보니 저절로 명혜에게 빙의가 돼서 같이 '욱' 하더라"고 전하기도 했다.

연우진에 대해서는 "역이 오라버니가 명혜에게 늘 화만 내다보니 현장에서 저절로 의기소침해지더라"며 "대신 평소에는 본명 덕분인지 친근한 오빠였다"고 말했다. 연우진의 본명은 김봉회다.

박민영에 대해서는 "나이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경력에서 나오는 카리스마가 있더라"며 "여리한 외모와 달리 강단이 보였다.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연극과에 수석입학해 조기 졸업까지 한 것으로 알려진 고보결은 2011년 독립영화 '거북이들'로 데뷔해 영화 '역린'(2014), '그랜드파더'(2016), '커튼콜'(2016), 드라마 '천상여자'(2014), '프로듀사'(2015), '풍선껌'(2015), '끝에서 두번째 사랑'(2016),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2016) 등에 꾸준히 출연하며 기본기를 다졌다.

그러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의 역사를 새로 쓴 tvN '도깨비'에서 반장 역을 맡아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초반에 연극을 하다 넘어와서 오디션에서 너무 많이 떨어졌을 때가 있었어요. 그때는 '내가 재능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 작은 역할부터 캐스팅되면서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더라고요.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아, 올해 서른인데도 교복 차림이 자연스럽다고 해주시는 것도 다행이고 감사해요. (웃음)"

어릴 적 친척 동생이 '뽀뽀뽀'에 출연한 것을 부러워한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연기학원에 발을 들였다가 푹 빠져 나중에는 어머니가 말려도 연기만을 고집했다는 고보결은 '사람을 풍성하게 이해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기작을 검토 중이라며 "나이에 맞는 청춘극도 해보고 싶다"며 "그동안 늘 짝사랑하는 역할이었는데 극 안에서 사랑도 이루고 싶다"고 웃었다.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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