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사무총장
[목요세평]

여름 한철 울다가는 매미는 땅속에서 7년을 보내고, 세상에서 7일을 울다가 간다. 필자가 일하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도 타 직장처럼 정규직과 비정규직, 즉 계약직과 무기 계약직으로 일하는 것이 현실이다.
정규직원들의 이직은 없으나, 계약직 인재들과 아쉬운 작별의 순간들은 자주 있다. 이 자리를 빌려 청주문화재단에서 함께 수고하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재단이나 조직위에서 함께 일하고 떠나는 상황이 생길 때마다 들던 생각 중의 하나는 과연 '정규직이란 무엇일까'라는 것이다.

정규직은 주인이고 비정규직은 손님인가? 비정규직을 '무기 계약직'이라 불리는 것은 과연 성실한 인품과 뛰어난 재능을 지닌 사람들에게 적합하고 적절한 표현인가? 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은 일단 덮어두더라도 우리의 선입견은 정규직은 좋은 일자리이고, 비정규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즉 해고와 관련해 정규직은 안전하고 비정규직은 불안하다고 생각해 우리나라 대학생의 40%가량이 상대적으로 고용이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 준비 중이다.

재단의 이런 환경을 말 했더니 비정규직이 '그 것 밖에 안 되냐고' 한다. 저성장시대라 모두가 불안하다. 대기업의 정규직도 40대 중반이 지나면 퇴직과 노후대책으로 늘 불안한 게 현실이다. 퇴직 후 재취업하더라도 처우는 이전 직장보다 못하다. 수십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 신입사원도 이른바 '저녁이 없는 삶'을 살아가며 업무의 소중함을 잃어버리고 있다. 소규모 회사는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정규직과 비정규직 구분 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 '무기계약직' 입사자는 해고 위험은 적다해도 여전히 차별에 서럽다. 불안하고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사실상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시민'일지도 모른다.

문화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면서 느끼는 것이 노동이나 근로상의 정규직과 다르게, 혹은 놀랍게도 문화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문화적으로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의 구분은 간단하다.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문화나 예술을 배우려 하며 또한 문화적인 생활을 하는 그런 분들을 '문화적인 정규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적인 생활이란 수준 높은 예술품을 감상하거나 소유하고서 남보란 듯이 폼 잡고 허영이나 부리는 정도, 혹은 허위의식을 지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문화가 곧 삶이란 야만적이지 않고 공정한 원칙, 공개적인 모습, 정당한 삶의 태도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이를 엄격히 실천해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우리 문화의 정규시민이 되는 방법이 아닐까.

이제부터라도 우리시 청주가 문화로 행복하고 문화로 살고 싶은 으뜸도시가 되도록 최선을 다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85만 시민 모두에게 '문화로써 합당하고 문화로써 이치적인 소통'을 공급하고자 한다. 우리는 '좋은 시민'이 무엇인지 공동체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반드시 공개, 공정, 정당한 원칙들이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 적용돼야 한다. 쉽게 말해 집에 가서 자녀들에게 자신이 행한 일을 그대로 얘기하고 또한 권장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의 중심은 언제나 시민·지역·문화 중심이다. 청주는 청주만이 갖는 특성으로 그리고 지역작가들의 노력으로 '문화가 살아있어 살고 싶은 도시 청주'로 만들어가자. 늦더위가 남았지만 온 마음을 다해 '문화특별시 청주'를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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