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수요광장]

여전히 덥지만 입추가 지나면서 유난히도 무더웠던 올 여름도 서서히 끝자락에 들어서고 있다. 그렇지만 올 해는 초복이 시작되기 한참 전인 6월부터 전국적 폭염이 찾아왔다. 극심한 가뭄도 겹치면서 온 국민이 참으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장마 기간 중에도 30도를 웃도는 고온현상은 지속됐다. 7월 중순에는 충북과 충남에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많은 농가가 극심한 피해와 아픔을 겪기도 했다.

오늘은 지나가고 있는 '삼복' 더위에 대한 얘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삼복은 시기상 음력 6월에서 7월 사이에 들어있는 '잡절'에 해당된다. 24절기에 속하지 않기에 잡절이라 불리지만, 한자인 엎드릴 복(伏)자에서 보듯이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있는 형상, 즉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때이기에 어느 때보다도 건강에 유의하면서 지내야 하는 시기이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진나라 덕공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으로 복날을 만들어 견공을 잡아 열독을 다스렸다는 기록이 있다. 나쁜 기운과 해충을 막아내자는 뜻으로 복날에 성안에서 삼복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조선후기에 간행된 '동국 세시기'에서 삼복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을 볼 수 있다. 양반들은 빙표를 받아 나라에서 얼음을 보관하던 창고인 장빙고에서 얼음을 타가기도 했고, 백성들은 산과 계곡으로 올라가 발을 담그고 술과 음식을 나누는 탁족을 즐겼다.

예전에는 삼복음식으로 주로 단고기를 먹었지만, 이제는 그에 대한 반감 등으로 닭에 인삼과 대추, 찹쌀을 넣어 깊게 우려내는 삼계탕이 복날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한 해의 가장 더운 절기에 나쁜 액운을 쫓고 무서운 질병에 걸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팥죽을 끓여먹었다는 기록도 있다. 아무튼, 우리네 조상은 이 덥고 힘든 시기를 서로의 이웃을 위해 음식과 정을 나누며 보냈기에 기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런데 서두에서도 말했듯이 최근에는 삼복더위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워낙 일찍부터 무더위가 시작되고 말복이 지나서도 더위가 지속되기에 삼복이 아니라 오복이라고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가 빠른 속도로 더워지고 있다. 여름철 북극의 얼음이 한 달 동안 녹는 양이 남한 면적에 육박한다고 하며,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산호섬들은 이미 물속에 잠기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지구 온도가 섭씨 3도가 올라가면 최대 40억명이 물 부족에 허덕이게 되고, 기근 피해자도 5억 명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현존하는 지구 생물의 50%가 멸종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는 심각한 경고를 해주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이 바로 수산생물이라고 한다.

서해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우리 도에서도 수산생물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자 보물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변해역의 평균수온은 지난 40년간 1.35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큰 변화가 아닌 것 같지만, 지난 100년간 지구 전체의 해양평균수온이 0.5도 상승하였다는 것에 비하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알 수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수산물생산의 주종도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명태가 사라졌기에 시중 동태탕의 원산지는 러시아인지 오래이며, 현재 바닷가에서는 오징어 대신에 낙지가 고등어 대신에 갈치가 많이 잡히고 있다고 한다.

이제 기후변화의 문제는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해서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특히, 농업과 수산업 분야에서 만반의 대비가 필요하다. 높아지는 기온과 수온에 맞춰가며 농업과 수산업을 변화, 발전시키기 위한 관계기관과 농어업인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그에 맞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가는 도전정신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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