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을석 충북도교육청 장학사
[화요글밭]

7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러시아 연해주와 하바롭스크를 다녀왔다. 충북도교육청이 추진한 교육사랑카드 해외연수의 일환이었다. 전체 4박 5일의 일정이었지만 오가는 날들을 빼니 실제 연수는 사흘에 지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든 국외든 보는 만큼 눈이 트이고 느끼는 만큼 생각이 깊어진다. 비록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번 연수에서도 많은 것들을 배우고 체험했다. 시간을 두고 꼼꼼히 정리해 볼 계획이다.

연해주에서는 블라디보스톡과 우수리스크 일대를 탐방했다. 이들 지역은 중국 일부 지역과 더불어 아직도 많은 교포가 살고 있으며 나라의 독립을 위해 흘린 조상들의 피눈물이 도처에 남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독립운동의 본거지 신한촌 기념탑, 고려인 강제이주역인 라즈돌리노예역, 한인이주 140주년 기념관, 안중근 의사 기념비, 독립운동가의 대부 최재형 선생 생가, 보재 이상설 선생 유허비, 발해 성터 등을 답사했다. 가는 곳마다 망국의 한과 눈물, 국권회복을 위한 불굴의 의지와 헌신, 이주민의 고통과 외침이 생생히 느껴졌다.

한편, '동방을 지배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블라디보스톡은 군사항구이지만 개방이후 무역항과 관광지로 변모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시내의 혁명광장, 아르바트 거리, 잠수함 박물관, 무기 박물관 등에서 근현대의 전쟁 이야기와 함께 여러나라 관광객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톡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11시간여 달려 하바롭스크에 도착했다. 하바롭스크는 극동연방관리구 본부가 있는 곳으로 극동지역 최대의 도시다. 이 도시는 러시아와 청나라가 서로 다툴 때, 조선 효종이 나선정벌이라는 이름으로 조총부대를 파견했던 곳이기도 하다.

하바롭스크에서는 아무르강(흑룡강) 유람, 구 소련이 남긴 꼼스몰스까야 광장, 레닌 광장, 다시 살아나고 있는 러시아 정교회 성당, 향토 박물관 등을 둘러봤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소비에트 혁명의 흔적들이었다. 소비에트 혁명은 본고장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점차 사라지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분단의 현재 속에 또아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러시아 연수 기간 내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말이 있었다. 바로 네덜란드 헤이그 이준 열사 기념관장인 송창주 관장의 말이다. "정치적인 영토는 국경에 의해 나눠진다. 그러나 역사나 문화의 영토는 국경에 의해 제약받지 않는다. 우리 젊은이들이 드넓은 역사와 문화의 영토를 가슴에 품어주기를 바란다."

분단으로 사실상 한반도의 남쪽 섬이 되고 만 한국에 갇혀 부지불식간 우리 삶의 무대를 너무 좁은 곳에 국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상들의 삶과 죽음이 깃든 땅, 연면히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규정하는 땅으로써 역사와 문화의 영토를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가족만 생각하는 사람은 가족의 크기, 마을을 생각하는 사람은 마을의 크기, 나라나 겨레를 생각하는 사람은 그만한 크기의 자아를 가지고 인생을 살게 된다고 한다. 아무쪼록 우리 학생들이 북만주와 연해주는 물론이고 세계 곳곳을 우리의 역사영토, 문화영토로 가슴에 품고 '큰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