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집단폭행 당해” 부모 신고, “피해자가 되레 따돌림” 신고도, 꼬리물기… 전학불복 재심 열려

천안 서북구의 한 고등학교가 학생 수십여 명이 연루된 학교폭력 문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시끄럽다.

피해 학생의 부모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의 심의와는 별개로 가해학생 10여 명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반면 가해학생 학부모들은 학폭위가 전후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중징계를 내렸다며 반발하고 있다.

본보가 입수한 천안 A 고등학교 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사건은 지난 6월 22일 피해 학생 B 군(1학년)의 학부모가 학교폭력을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전날 오후 아들이 교내 화장실에서 같은 학년인 C, D 군으로부터 얼굴과 가슴을 폭행당했다고 신고한 것이다.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아들에게 욕설과 함께 위협을 줬다고 했다.

B 군이 화장실로 끌려간 것은 6월 2일과 21일 두 날에 걸쳐 총 4차례나 이어졌다. 학교 측이 조사한 결과 관련 학생은 38명에 달했다. 학폭위 심의는 7월 4일 열렸다. 그런데 이날 심의에는 또 다른 사안이 있었다. 피해 학생인 B 군이 5월경부터 6월 20일까지 자신의 아들(E 군)을 욕하고, 왕따시키고 금품을 갈취했다는 내용의 학부모 신고 건이다.

이후 학폭위 위원들은 사안 보고를 받고 사실 관계 확인에 나섰다. 먼저 E 군의 피해 내용에 대한 진술이 이뤄졌다. E 군은 자신의 일을 알게 된 C 군이 해결해 준다며 나선 것이 사건의 발단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E 군의 아버지도 아들 일로 인해 발생한 폭행이 정당화될 순 없지만 최대한 학생들을 교육적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B 군의 아버지는 강경했다.

B 군은 정신적 피해를 이유로 이날 심의에 나오지 않았다. B 군의 아버지는 집단 폭행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이 일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진이라는 그룹이 단체로 한 학생을 찾아가 협박과 욕설, 폭행을 했다. 목격한 아이들도 신고를 하지 않았다”라며 학생들을 일벌백계해 달라고 주문했다.

심의 결과 B 군의 뺨을 3차례 때린 C 군과 가슴을 1차례 가격한 D 군에게는 출석정지 8일 및 전학 조치가 내려졌다. 동조자로 분류된 9명의 학생들도 출석정지 8일을 받았다. 이 밖에 교내봉사와 서면사과 등의 조치를 받은 학생도 여럿 있다. 그러나 추가 안건에 가해자로 지목된 B 군은 서면사과 수준의 처분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중징계를 받은 학생의 부모들은 “아이들이 폭행과 욕설 등 분명히 잘못된 행동을 했다”면서도 “괴롭힘을 당했다는 친구를 도우려다 그렇게 된 건데 징계가 너무 과하다”라고 항변하고 있다.

전학 조치가 내려진 학생 측에서는 재심을 청구했고, 최근 도교육청에서 재심이 열렸다. 결과는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다른 학부모들도 행정심판 등의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의견을 모으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래저래 천안 A 고교에서 벌어진 학교폭력 논란은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