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충북도 청년복지팀장
[시선]

집에서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아빠들의 육아 고충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 중에는 1990년대 인기아이돌 출신의 방송인이 있는데, 그는 인기걸그룹 출신의 여성과 결혼해 지난 5월 아빠가 됐다. 필자는 그 방송을 보고 그에게 반했다. 계기는 그의 육아에 대한 발언 때문이었다.

육아는 잘 도와주는 편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아기 돌보느라 매일 밤잠을 설쳐 힘들고 피곤한데, 그래도 좋아요. 아기는 아내 혼자의 아기가 아니고 나와 아내, 우리의 아기인데 육아는 돕는 게 아니고 함께 하는 거죠"

그 말을 듣고 반하지 않을 여성이 있을까? 육아는 돕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는데!

작금의 우리나라 인구구조가 매우 위태롭다. 필자가 어렸을 때 배운 우리나라의 인구피라미드 모양은 밑이 넓고 위는 뾰족한 삼각형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인구피라미드는 밑은 좁고 중간 이후가 넓은 방추형이다. 이대로 올해 태어난 아기가 경제활동인구가 되는 15년 후에는 인구피라미드의 밑은 더 좁아지고 위는 더 넓어져 똑바로 서있기 힘든 역삼각형에 가까워질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경우 출생아 수가 1970년 101만여 명을 기록한 후 2016년 41만여 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고, 오는 2050년이 되면 23만 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동력 유지를 위한 이민자 비율이 38%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또 출산율 감소로 인해 생산가능인구는 3763만 명을 정점으로 2020년부터 연평균 34만 명씩 감소하고 2030년대에는 연평균 44만 명씩 감소할 전망이다. 100명 당 부양할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현상은 국가성장력 약화는 물론, 복지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불과 20~30년 전까지만 해도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며 산아제한을 외쳤지만, 지금은 2016년도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급감했고, 100세 시대라 불릴 만큼 평균수명은 길어졌다. '저출산·고령사회'가 된 것이다.

욜로(YOLO)를 들어보았는가?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의 약자로, 미래 또는 남을 위해 희생하지 않고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여 소비하는 것을 일컫는다. 이제는 당연히 결혼하고 당연히 아이를 낳던 시대가 아니다. 우리는 이미 결혼과 출산으로 희생당하지 않으려는 '욜로시대'에 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자녀를 낳지 않으려는 이유로 여성은 출산으로 인한 사회활동 지장과 양육의 불공평(27.1%)을 가장 많이 꼽은 반면, 남성은 교육비용 부담(3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물론 요즘 젊은 남성들은 과거 가부장적인 남편에 비해 가사와 육아를 잘 돕는 편이다. 그러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사분담에 대해 남성의 42.7%가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답하지만, 실제로는 16.4%의 남성만이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남성들이여! 이제는 돕지 말고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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