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고덕희 대전 문지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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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30초로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하는 광고. 멋진 자동차에 남자가 여자를 옆에 태우고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있다. 남자가 여자를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후진을 하다 사고를 낸다. 모 회사의 자동차보험 광고다.

Bobby vinton의 Mr. Lonely 음악이 깔리면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린 남자는 어른 양복을 걸친 어린 아이가 되어 있다. '상남자도 사고 앞엔 연약한 아이 마음'이라는 멘트와 함께 아이가 '엄마, 나 어떻게 해'라고 하자’그 마음 알아서, 차가 긁혀도 자존심 긁히지 않게 당신을 위해 마음이 합니다. ○○○○이 합니다.'라는 말이 나오고, 다시 어른이 되어 환하게 웃고 있는 남자와 보험회사 직원이 보인다.

광고 임팩트의 key message를 결정적인 순간에 다 알아서 해주는 든든한 해결사에 맞춘 점에서 운전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상남자의 해결사를 엄마에 대입한 것을 보면서'아이 어른(big boy)'이 떠올랐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몸은 어른이지만 힘들고 어렵고 곤란하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돌리고, 조금이라도 자기 맘대로 안 되면 참지 못하고 떼를 쓰거나 고집을 피우는 이기적인 사람. 매니저맘, 헬리콥터맘, 캥거루족을 넘어선 빨대족 등 모든 것을 부모에 의존하여 자기결정권이나 자기책임감 없이 살아가는 사람. 바로 아이 같은 어른이다.

리와나 블랙웰이'나이가 성숙함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라고 하였지만, 우리 주위에 흔히 나잇값 못하고 미성숙한 어른들이 많아 보이는 것은 나의 지나친 우려일까? 간단한 일례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교통규칙을 준수하라고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아이들의 교통규칙 위반 첫 경험이 어른의 손을 잡고 횡단보도를 무단 횡단하는 것이라는 씁쓸한 사실. 반대로 아이임에도 어른들의 입맛에 맞게 말을 하고 행동을 하면'어른스럽다, 아이답지 않게 성숙하다'라고들'어른 아이(little adult)'를 만들어 칭찬을 하다가 아이가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면 실망스럽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극단적으로 어른이'아이 어른'이면 문제가 없고, 아이가'어른 아이'이면 바람직한 것인가? 어른들은 아이처럼 행동하면서 아이들은 어른처럼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모순이지 않은가? 어른이 아이에게 자신의 잣대에 맞춰 행동하기를 요구하고 그것이 옳다고 다그치고 몰아가는 것이 아이들을 어른다운 어른으로 성장시키는 것일까?

아이들에게 자전거를 타려면 안전모를 쓰고 팔꿈치보호대와 무릎보호대를 해야 한다는 규칙을 강요하는 나 자신이 싫을 때가 있다.

버젓이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주위의 어른들을 보는 아이들에게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가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아이일 때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어른이 되어서는 필요 없는 것은 아닐진대. 무엇이든 따짐 없이 아이들이 그냥 어른들을 따라하면 잘 된다는 생각을 하게하고 싶다.

어른은 스승이 되고 아이는 제자가 되어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이 말한 스승이 걸으면 따라 걷고, 스승이 빨리 걸으면 따라서 빨리 걷고, 스승이 뛰면 따라서 뛴다는 역보역추(亦步亦趨)를 실천하게 하고 싶다.

진짜 어른은 아이스러워서는 안되고 진짜 아이들은 어른스러울 필요가 없다. 진짜 어른은 생물학적·사회적·정서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책임과 의무가 따르며 존중과 배려심 등 갖춰야 할 것이 많아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진짜 어른다워지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진짜 아이들이 미래에 성숙한 진짜 어른이 되어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가도록 지금 바로 어른이 먼저 노력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온 사회가 존경받는 진짜 어른과 사랑받는 진짜 아이로 가득 찰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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