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재숙 청주시 서원구 주무관
[투데이포럼]

“얘들아, 빨리 일어나”, “빨리 밥 먹어”, “빨리 양치하고 세수해”, “빨리 옷 입어.”

이른 아침 유치원생 두 아들과 워킹맘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다. 아이들에게는 끊임없이 명령·지시조의 말이 이어진다. 누워 있거나 늑장부리는 아이들을 보게 될 땐 명령·지시조의 말이 아니라 큰소리를 지르게 된다. 아이들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잠이 덜 깬 몸을 이끌고 밥을 억지로 먹고 숨가쁜 세수를 한다.

잠깨기 위한 시간도 필요할텐데 출근준비와 아이들 등원준비에 바쁜 엄마는 그런 아이들을 어르고 달랠 여유가 오전시간엔 없다. “빨리 빨리”는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나오는 말이다. 시간이 더 촉박할 땐 큰소리로 아이들을 다그치게 된다. 아이들은 엄마의 따뜻한 말이 아닌 고함과 짜증이 섞인 말을 들으며 얼룩진 하루를 시작한다. 아이들의 유치원 등원을 마치고 촉박한 시간에 쫓기듯 자동차의 엑셀을 밟아 사무실에 도착한다. 출근시간을 맞췄다는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나니 불현듯 아이들에 대한 연민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화를 냈을까”, “무엇을 위해 출근을 하는 거지”, “조금 더 부드럽게 얘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짧은 속죄도 잠시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면 어느덧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되면 아침부터 내내 마음에 남아있던 미안한 마음이 아이들에게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으로 변한다. 가끔은 나의 감정 상태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루에도 아이들에 대한 마음이 수십번 오락가락하니 말이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칠 무렵 '엄마의 말공부'라는 육아서를 읽게 됐다. 책은 모든 아이에게 통하고 효과적이면서도 엄마가 쉽게 할 수 있는 교육방법이 '엄마의 말'이라고 정의했다.

오늘 들려준 '엄마의 말'이 아이의 하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이를 깨우는 아침부터 잠드는 밤까지, 하루하루가 모여 아이의 일 년이 완성된다. 그 일 년이 모여 아이의 평생을 만들게 되니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은 실로 굉장한 것이라는 가르침이다.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동안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이와의 대화는 "빨리, 빨리"라는 말의 연속이었다. 아이가 인내심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실제 아이들도 어느 순간 "빨리, 빨리"라는 말에 익숙해져 엄마가 음식을 차려주거나 장난감 등을 사 줄 때 "엄마 빨리 줘~ 빨리, 빨리”라는 말을 내뱉고 있었다.

책을 읽다보니 공감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그 중에서도 아침시간에 대해 나오는 부분은 폭풍공감에 이르러 책 내용의 대부분을 밑줄치고 포스트잇을 덧붙였다.

책은 아침부터 자는 아이에게 "빨리 일어나"라는 말보다는 "10분 더 잘 수 있으니까 10분 자고 10분 후에 일어나자"라고 말해보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5~10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니 10분 정도의 시간동안 얼마만큼 더 잘 수 있다고 말해보라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라는 말을 여러 번 하기보다 시간을 미리 정해놓고 그 시간동안 잘 수 있다고 말하면 더 자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는 엄마에 대한 감사로 아이들도 아침잠에서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아이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고 성장하도록 도와줄 수도 있다. 아이에게 '엄마의 말'이 언제 떠올려도 기분 좋고 힘을 주는 희망의 말이 됐으면 좋겠다. 그 말로 말미암아 내 아이의 마음을 돌보고 진주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아이로 자랄 수 있기를 바라본다. 내일부터는 '엄마의 말'로 아이와 행복한 아침을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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