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 서예이야기]
<무릉도원과 같은 경치>

진(晉)나라 태원(太元=孝武帝)때. 무릉(武陵)에 한 어부가 살고 있었다.

그 어부는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작은 배를 저어, 고기를 찾아 산협의 강을 따라 올라갔다. 얼마쯤 배가 올라갔을까- 아주 멀리 낯선 곳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곳 일대에는 도화(桃花)의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 넓이는 아마도 수백 보나 되었다. 하나 그 속에는 단 한 그루의 잡목도 없고 복숭아나무만이 말할 수 없는 감미로운 향기를 풍기고 예쁜 복사꽃 잎이 화려하게 휘날려 춤추고 있었다. 보기 드문 경관(景觀)에 어부는 잠시 정신을 잃고 있다가 나중에는 그 나무숲의 저쪽 끝이 궁금해서 그리로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시 배를 저어간 즉 수원(水源) 근처에서 산과 마주쳤다. 그 산에는 터널이 있고, 그 속이 희미하게 밝으므로 어부는 배에서 내려 그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겨우 사람 하나 지날 정도의 넓이가 5,6십보 쯤 걷는 동안에 갑자기 환하게 넓어졌다. "우리들 조상이 전란을 피해 처자들과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진나라 때 들어온 이래 한 번도 여기서 나가보지 못해 그 만 밖의 사람들과 전혀 관계가 끊어져 버렸다. 그런데 지금 바깥 세상은 어떠하냐?"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곧 군(郡)의 태수(太守)를 찾아가 자기가 경험한 이야기를 했다.

태수도 크게 흥미가 동해 사람들을 시켜 다시 그 곳으로 찾아가게 했다. 그러나 돌아올 때 표시해 놓은 것이 전부 없어져 전에 갔던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때마침 남양(南陽)에 유자기(劉子驥)라는 군자가 있어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혼연히 그 선경으로 가보려고 했으나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들어 세상을 떠났다. 그 이후에는 다시 그 곳을 찾으려는 자도 없었다'고 한다(도연명,도원원기)

이 이야기에서 무릉도원(武陵桃源) 도원경(桃源境)의 뜻으로 쓰이다가 바뀌어 이상향(理想鄕)이란 뜻이 되었다. 요즈음도 경치는 좀 모자라도 마음과 정이 가득한 사회는 곳에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는 주변도 무릉도원.도원경이 될 수 있도록 각자 노력해 보자.

<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