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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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2개월 닷새 만에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완공된 에펠탑<사진>. 파리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해친다고 극렬한 반대여론과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당초 프랑스 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만국박람회 상징물로 조성되어 행사가 끝나면 철거하기로 한 것이 차일피일 미루어지는 사이 어느새 파리를, 프랑스를, 나아가 유럽을 표상하는 상징물이자 랜드마크가 되었다. 얼마 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에펠탑 2층 쥘 베른 식당으로 초청했듯이 에펠탑은 이제 단순한 기념물, 관광대상의 차원을 넘어섰다.

그러고 보니 세계 여러 나라들은 각기 국가를 상징하는 조형물이나 자연물, 명소와 유적을 앞세워 국가홍보 마케팅, 나라의 이미지를 심는 작업에 일찌감치 나섰다.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이탈리아 콜로세움과 피사의 사탑, 중국 만리장성과 천안문, 호주 오페라 하우스와 캥거루, 캐나다 단풍, 터키 블루 모스크, 스페인의 투우와 강렬한 태양, 일본 후지산, 영국 빅벤, 인도 타지마할,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그리스의 쪽빛 에게 바다와 신전, 이집트 피라미드….

이미지 한 컷으로 그 나라의 인상과 느낌, 무수히 많은 정보와 지식이 압축되어 전달되는 느낌이다.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 천혜의 홍보수단을 이들 나라는 알뜰하게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을 그대로 쓰거나 디자인을 변형한 일러스트레이션 또는 로고타입, 캘리그래피처럼 응용영역도 넓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경우는 옹색해 보인다. '대한민국'하면 머릿속에 떠올릴 간판 이미지, 대표 영상을 세계인의 뇌리에 심어주는 노력에 게을렀던 탓이다. 한국관광공사 같은 기관에서 관광홍보 슬로건과 디자인을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지만 국가 전체의 이미지를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무궁화로 정하기에는 변별력이 약한 느낌이고, 남대문은 방화사건 이후 떨떠름해졌다. 그렇다면 광화문 앞의 해치상은 어떨까 생각하니 고대 중국문헌에 나오는 항목이라 마뜩치 않다. 국가 이미지 선정에 중지를 모아야할 때가 되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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