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 1699봉(3.3t)을 당초 가져왔던 곳으로 다시 반송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될 것인지 의문시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는 데 쓰고 남은 핵폐기물로 '고준위 방폐물'로 분류된다. 원자력연구원이 핵연료 결함 원인 분석과 연구개발 등을 이유로 이 폐기물을 가져왔고 그 목적 수행을 완료했으면 당초 발생지로 보내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

문제의 사용후핵연료는 1987년부터 2013년까지 21차례에 걸쳐 부산 고리원전·전남 영광 한빛원전·경북 울진 한울원전 등에서 원자력연구원으로 옮겨온 것으로, 그 이송 경위는 물론 실체 자체가 지난해 국감에서 뒤늦게 밝혀져 시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상당수는 손상된 핵연료인 것으로 드러나 시민안전은 뒷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철저한 비밀주의, 폐기물 관리의 부적정성 및 법규 위반까지 얽혀 원자력 관련 시설 밀집지역인 대전의 집단 안전에 대한 불신감을 부추기고 있다.

대전시민의 반발 수위가 높아지자 원자력연은 지난해 12월 시험시설 수조 내에 보관 중인 원전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반환하기 위해 3단계 로드맵을 제시, 순차적으로 이행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5년 안에 반송할 방침이었지만 해당 지역이 이송 안전성 문제 등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최근 시민 검증단의 중간 보고회에서도 원자력연의 사용후핵연료 반출 대책에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을 비롯해 해당지역이 핵폐기물을 왜 다시 떠넘기려하느냐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지역갈등의 소지도 없지 않다. 당초 핵폐기물을 대전으로 가져올 때부터 사후 조치에 이르기까지 면밀한 법적 검토가 필요한데 이를 간과한 탓이다. 당시 주무부처였던 과학기술처 장관에게 양도양수 신고서만 제출하고 문제의 폐기물을 가져왔었다. 재산권이 이전됐는데 이를 다시 반환하는 건 민법상 성립될 수 없다는 반론을 제기한다.

대전시민만 입장이 난처하게 됐다. 사용후핵연료 물량은 마구 넘쳐나는데 영구처분장이 언제 들어설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자칫 대전에서 임시 보관중인 사용후핵페기물을 이대로 무한정 갖고 있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석연찮은 여러 행보들을 보는 시민의 눈길은 미덥지가 않다. 이에 대한 명확한 입장이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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