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속 사연]
김동우 YTN 청주지국장

청국장. 10~20시간 무르게 익힌 메주콩을 뜨거운 곳에서 볏짚 등을 이용해 바실러스균이 생기도록 띄워 만든 식품이다. "청국장을 먹으면 옷에 냄새가 배어 점심으로 먹기가 좀 그렇다." 된장이 오랫동안 발효과정을 거치지만 청국장은 하루 만에도 만들 수 있다. 역한 냄새는 마찬가지다.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메뉴다. 영양가 높고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이 당기는 발효식품이기 때문이다. 담북장이라 부르기도 한다. 어디서 유래됐을까?

설이 분분하지만 중국 청나라가 다소 설득력을 얻고 있다. 1636년 병자년 청나라가 조선을 침입했다. 병자호란. 청나라 군인들이 조선을 침입해 즉석에서 만들어 먹은 군량식품이 바로 청국장이다. 청나라 군인들은 진군해야 하기 때문에 한 곳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잦은 이동이 불가피했다. 그들은 평소 발효된 장(醬)을 자주 먹었는데 이동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발효시켜 장을 만들 수 없었다. 그래서 바로 띄워 장을 만들어 먹을 수밖에 없었다. 속성으로 만든 장의 형태다. 당시 조선인들이 청나라 군인들이 만든 장을 보고 청(淸) 나라(國)의 된장(醬)이라 해 청국장(淸國醬)이라 했다고 한다. 당시 나라는 청나라가 침입했고 식탁은 청나라 군량이 점령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는 셈이다. 전쟁 통에 먹었던 음식이라 전국장(戰國醬)이라 불리기도 한다.

청국장이 우리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조선 중기 ‘산림경제’와 조선 후기 ‘증보산림경제’인데, 청국장이 아닌 전국장으로 기록돼 있다. ‘규합총서’에는 청육장(淸肉醬)으로 표기돼 있다. 모두 병자호란 이후 펴낸 것을 감안하면 청국장은 청나라 군인이 먹었던 음식임이 맞다. '장(醬)'에 '청(淸)'이나 '전(戰)'자가 들어간 것 역시 병자호란과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청국장(淸國醬)'이 아닌 '청국장(淸麴醬)’ 또는 ‘청국장(靑麴醬)'으로 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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