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작 이태호]
▲ [제작 이태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아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을 상대로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향후 이혼이 이뤄질 경우 재산분할이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9일 법원에 이혼조정 소장을 접수하면서 조정 대상에 재산분할은 포함하지 않았으나, 향후 노 관장이 이혼에 동의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관련 논의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 규모는 4조원대 중반으로, 이중 대부분은 SK㈜ 지분 23.4% 등 유가증권 형태의 지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부동산 및 동산, 월급과 배당으로 받아 모아둔 현금이다.

이혼 시 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은 부부가 결혼한 이후 함께 일군 공동 재산이 원칙이다. 이에 따라 배우자가 전혀 기여한 바가 없는 재산이거나 한쪽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통상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최 회장 측은 SK㈜ 지분이 전적으로 최 회장이 회사경영을 하면서 키운 재산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 회장이 SK㈜ 지분 23.4%를 소유하게 된 연원도 상속을 받거나 직접 매수한 데서 비롯됐다는 점을 들어 분할 대상이 아님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의 결혼 기간을 감안하더라도 SK 경영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노 관장이 SK㈜ 지분 가치를 증가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SK㈜ 지분은 상속 또는 최 회장의 직접 매입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판결에서도 이 같은 원칙이 반영된 사례가 있었다는 점도 참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은 당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의 이혼소송에서 1조2천억 원대 재산분할을 청구했으나, 법원이 임 전 고문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재산분할 규모는 86억여 원에 불과했다.

이 사장이 결혼 전 보유한 주식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으며, 임 전 고문이 기여한 공동 재산도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회사를 키우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바가 없고 문화, 예술 분야 활동만 해왔다"며 "법원이 '상속재산은 제외, 공동 재산은 엄격히 판단' 추세여서 분할 대상이 될 만한 공동 재산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의 그룹 지분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최 회장의 위상에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관장은 혼인 이후에 형성된 재산의 경우 기여도를 따져서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하며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재산분할 시 양측이 결혼 후 취득한 재산에 대해 재산형성 기여도를 따지는데, 바깥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이론적으로 최대 50%까지 재산분할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최 회장이 재산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노 관장의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가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노 관장의 결혼 기간이 길고 자녀도 많고 더구나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는 등 임우재 고문-이부진 사장 사례와는 다른 면이 많기 때문에 만일 이혼이 성립되면 그 경우보다는 재산분할 기여도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이론적으로는 50%까지도 가능하고 10~30% 사이에서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의 지분 형성에 처가인 노태우 전 대통령 측 도움이 있었다는 점이 일정 부분 증명될 경우 그룹 지분이 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만약 이렇게 될 경우 최 회장의 경영권 등 SK그룹의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정유와 섬유 부문으로 출발한 선경그룹(SK그룹의 전신)이 한 단계 도약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가 제2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있었고, 여기에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1988년 결혼 이후 노 전 대통령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시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SK그룹의 생각은 이와는 많이 다르다. 당시 확보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은 비판 여론때문에 곧바로 반납했고, 다음 정권인 김영삼 정부 들어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SK텔레콤으로 키운 만큼 노 전 대통령의 후광이 기업 성장에 기여했다고는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SK가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하면서 굉장히 커졌고, 거기에 노 전 대통령의 후견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에 노 관장의 그룹 지분에 대한 기여도가 어느정도 인정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면서 "회사 주식은 공동재산에 산입하지 않는 게 원칙이나 이 경우는 과연 예외로 인정받을 것인지 주목 거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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