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청주시 서원구 수곡2동 주무관
[투데이춘추]

지난 3월 청주시 시정연구모임에 참여하면서 마음속엔 작은 설렘이 시작됐다. 공무원이 된 지 고작 7개월. 두려움이 앞섰지만 동장님과 동료들의 힘찬 응원 덕에 해보자는 도전 욕구가 샘솟았다. 공무원이 되기 전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작가로 시정을 비판하기도 했었기에 설렘과 기대함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곧 난관에 부딪히며 스스로 자신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첫 난관은 공무원의 시각으로 시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땐 공무원이 되면 아주 괜찮은 시책을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막상 공무원 입장이 되고 보니 좋은 시책을 만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안들이 너무 많고 복잡했다. 일정한 행정의 조건 안에서 시민들의 혈세를 낭비하지 않고 최소한의 예산으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고 최대한의 정책효과를 실현시키기란 녹록지 않았다.

팀 연구 주제는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해주는 '주민분쟁해결센터'를 개설하는 것이었다. 선배 공무원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마침내 센터부터 개설해 운영하자는 방식이 아닌 갈등조정 역량을 충분히 키운 뒤 센터를 개설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번째 난관은 타 지자체의 모델을 모방이 아닌 벤치마킹을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주민 간 갈등을 조정하고 있는 타 지자체를 방문해 시행배경과 운영방식, 문제점,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조사했다. 하지만 방문지역의 배경과 현실이 청주와 너무 달라 마치 재질과 색깔이 다른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야 했다. 또 청주에 어울리는 그림을 찾아야 했다. 그때부터 시의 갈등 관련 제반여건을 찾아 보고, 갈등 조정에 조예가 깊은 지역의 원로를 만나고 신문, 방송, 인터넷을 뒤지며 '청주시 주민분쟁조정센터'라는 그림을 점차 완성해 나갔다.

세 번째는 지속적인 열정에 관한 문제였다. 시정연구팀은 업무를 중단하고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추가로 병행해야 하는 일이었기에 근무시간 외에 별도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뜨거운 열정보다 지속적인 열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종발표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비록 금상은 아니지만 자만심을 잠재우고,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볼 희망을 안겨줬기에 금상보다 갚진 동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판하기는 쉬웠던 시정. 직접 연구해보니 여러 제약조건을 뛰어넘기 위한 수많은 고민과 다듬질이 수반돼야 했다. 관심과 정성을 듬뿍 쏟았기 때문인지 청주시에 대한 애정이 더 깊어졌다. 이번 시정연구는 끝났지만 필자가 맡은 업무 안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시정연구가 계속되기를 다짐하며, 명함에 다음과 같은 글귀를 새겨 넣었다. "안녕하세요. 살기 좋은 청주시를 위해 열심히 행동하는 공무원, 김선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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