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직원들 매뉴얼 숙지 부족
비상 소집에 사무실에서 대기만
재난문자 ‘위기지역 대피하라’만
시민들 “어디로 어떻게” 발만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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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기상관측이래 시간당 최대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청주 무심천 까치내 한 다리에 탱크로리 차량이 위태롭게 박혀 있다. 진재석 기자 luck@cctoday.co.kr
청주지역 사상 초유의 물폭탄으로 시민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청주시의 허술한 재해대책이 도마위에 올랐다.

당초 호우경보는 지난 16일 오전 7시10분 최초로 발령됐다. 하지만 시 읍·면·동 직원들에게는 이보다 70여분이 지난 오전 8시24분 비상 발령이 떨어졌고, 전직원 비상은 3시간이 지난 오전 10시10분 발령됐다.

하지만 통합 청주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발령된 전직원 비상소집에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어디로 가야 할 지 모를 정도로 매뉴얼 숙지가 안된 상태에서 우왕좌왕 했다. 재해상황실 배치 직원들은 하반기 정기인사 배치 이후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긴급상황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실제, 구청 한 공무원은 “비상명령 시 정확한 행동요령을 교육 받지 못해 사무실로 출근만 했다”며 “막상 사무실에 도착한 이후 마땅히 할 일이 없어 대기만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재난대비를 위한 인력배치도 비효율적이었다는 지적이다. 긴급한 상황이 주를 이뤘던 서청주 지역에는 공무원들의 손길이 모자랄 정도였지만 일부지역 공무원들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사무실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상황이 언제 종료하냐”는 전화가 시청 당직실에 수시로 울릴 정도였다.

시가 예방홍보 차원에서 발송한 재난 문자 메시지도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시는 시민들이 긴급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연재해 대비 및 화학가스 누출 등 사회적 재난이 발생할 때 시민 3만여 명에게 재난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16일 오전까지 청주지역 전역에는 시간당 90㎜ 이상의 물 폭탄이 쏟아지면서 도로가 잠겨 차량이 침수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이 장맛비에 청주지역을 관통하는 무심천과 미호천, 명암저수지, 율량천 등이 범람할 것을 우려해 시는 위기지역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시의 우려와 달리, 실제는 범람까지 이어지지는 않았고 문자를 받은 시민들은 어디로, 어떻게 대피해야 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시민들에게는 △안전에 주의해 주길 바란다 △대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 △인명피해 없도록 대피하라 등의 간단한 내용의 메시지만 발송됐다.

시민 이모(33) 씨는 “재난문자를 받았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가족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다”며 “재난문자보다 지인들과 주고받는 사회관계망(SNS)이 더 믿음이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막연한 정보보다 지역별로 어느 길을 통해 어떻게 대피하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는 재난문자에 많은 내용을 담기 힘들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메시지 용량의 한계가 있고 상황이 워낙 시급하다보니 정확한 전달을 하기 어려웠다”면서 “메시지 내 링크는 스팸의 우려 등을 이유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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