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투데이포럼]

벚꽃의 꽃말은 '1학기 중간고사', 국화의 꽃말은 '2학기 중간고사'라고 한다. 꽃바람이 콧구멍과 마음을 간질이는 봄·가을, 시험에 묶여 한 달 넘게 꼼짝할 수 없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한탄이 담긴 아픈 꽃말이다.

전통적 학력은 교과별 목표 중심 교육과정, 교사를 중심으로 하는 지식의 축적과 분절식 수업·평가를 강조했다. 지식교육과 삶이 분리된 채, 다섯개의 답지 중 하나의 정답을 골라내는 시험 점수가 학력으로 인정되고 진로를 결정했다. 전통적 학력관을 확장한 충남의 참학력은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삶의 길을 찾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을 기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참학력 신장은 충남교육의 방향으로 수업과 평가, 교육과정 운영의 틀을 참학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재구성하고자 노력했다. 참학력은 교과서로만 가르치고 '결과 중심', '고사 중심'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참학력 정책의 핵심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에 두고 추진 중이다. 교과 교육과정의 재구성을 통한 배움 중심 수업, 학생들의 역량을 키우는 과정 중심 평가, 학생들의 성장발달을 확인하고 지원하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을 일상화, 일체화한 것이다. 가르침과 배움, 수업과 평가, 과정과 결과의 성장 기록은 따로 국밥이 아니다.

영어 수업을 예로 들어보자. 교사는 학생들이 영어 연극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고, 다중 문해력과 문화적 소양, 대인관계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작품 분석’, ‘역할 정하고 대본 만들기’, ‘의상과 소품 꾸미기’, ‘모둠별 연극 발표 및 감상’, ‘상호 평가' 등으로 수업을 재구성했다.

교사는 작품 해석력과 영어 구술 실력, 활동 과정의 평가는 물론이고 학생의 진로와 관련지어 연예인이 되고자 하는 학생의 연기력, 의상 디자이너의 소품 구성력, 정치인의 리더십, 복지사가 꿈인 학생의 배려심까지 관찰해 기록하고 피드백 하는 등 학생 성장발달을 지원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로 공부가 즐거운 살아 있는 교실이 가능해졌다.

학교도 활기로 부풀어 올랐다. 그런데 모둠별 영어 연극 수업을 마친 후 정작 수행평가는 영어 단어와 구문 외우기로 시험으로 치른다면 학생들의 반응은 어떨까. 시간이 갈수록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보다는 수업 시간에 단어를 외우거나 학원에서 문법을 익혀 영어 점수를 더 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생활기록부 기록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교육활동의 총체이다. 2018년 대입전형 중 학생부 중심 전형의 비율이 72.5%를 차지한다. 수업과 평가를 통한 학생 관찰을 소홀히 한 채, 배움에 대한 학생의 태도와 변화·성장을 학생부에 생생하게 담아낼 수 없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충남교육청은 참학력 신장과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위해 초등학교 일제식 지필평가 폐지, 충남형 자유학기제로 '전환 학기-자유 학기-연계 학기' 운영, 과정 중심 상시형 평가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앞으로도 교육과정 재구성 연수, 매뉴얼 개발 등 교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로 학생들에게 벚꽃 아래서, 국화 옆에서 셀카 한 장 찍을 시간은 줘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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