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도심지 예방차원 3곳에 설치
상인들 “이럴꺼면 왜 만들었나”
설계 당시 통계기준 등 도마위
허술한 비상소집 대비도 ‘빈축’

▲ 이승훈 청주시장이 16일 오전 시간당 9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자 충북대 정문에 들러 상가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청주시 제공
청주시가 도심지 침수 예방 차원에서 설치한 우수저류시설이 무용지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6일 청주지역에는 최대 92㎜의 사상 초유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관측 이래 7월 시간당 강수량으로는 가장 많은 양이다. 이후 미호천, 무심천 일부, 명암유원지, 율량천 등에 홍수 경보가 내려졌고 주민들에게는 대피준비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이승훈 청주시장은 오전 8시경부터 우수저류시설이 설치된 충북대 정문 일대 현장에서 상인들을 만났다. 이곳은 지난 2010년, 2011년, 2012년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상가 28동 일부 및 충북대학교 정문 경비실이 침수돼 재산상 피해를 입은 곳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둘러봤다.

이 자리에서 상인들은 장대비로 인해 하수도가 역류하고 지하 상가가 물에 잠겨 앞날이 막막하다고 하소연 했다. 한 상인은 “우수저류시설 공사기간 경제적 피해를 봐도 침수피해 예방차원의 공사라는 이유로 참았는데,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니 우수저류시설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었다”고 언성을 높였다.

시가 도심지 침수로 발생되는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우수저류시설을 설치한 곳은 내덕지구, 개신지구, 내수지구 등 총 3곳으로, 이 시설은 빗물 3만 1700㎥를 저장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집중호우 시 빗물을 임시 저장해 도시침수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주요 목적인 우수저류시설로 피해가 그나마 줄었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초 설계기준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최근 이상기후가 잦아지고 있어 시간당 80㎜ 이상의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우수저류시설도 감당을 못한 것 같다”며 “내년부터 준비 중인 ‘수곡 우수저류시설’은 통계수치만이 아닌 이상기후에도 대비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통합 이후 첫 비상상황을 맞이한 시의 사전 준비체계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대두됐다. 시는 이날 오전 8시30분 읍·면·동 직원들에 대한 1차 소집령, 오전 10시10분 전 공무원 비상 소집을 내렸다.

하지만 일선 직원들은 집과 가까운 주민센터로 이동해야 하는지, 본래 근무지로 이동해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우왕좌왕했다. 비상근무체제에 따라 전 직원 비상소집체제와 긴급출동태세를 갖췄다고 보기 힘든 분위기다. 특히 이 시장은 이른 새벽부터 동분서주한 반면 일선 직원들은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해 사전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 관계자는 “통합 이후 신규직원 수만 해도 1300여 명에 달하다 보니 비상소집 대처에 미흡했던 것 같다”며 “향후 비상상황에 대비한 훈련 메뉴얼 등을 마련하겠다”고 해명했다.

김영복 기자 kyb102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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