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우 충남도의회 의장
[수요광장]

지난 7일은 절기 상 '소서(小暑)'였다. '작은 더위'라는 뜻을 지니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또한 이 시기는 주로 여름 장마철에 해당돼 장마전선이 한반도 중부지방을 가로질러 장기간 머무르기 때문에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내린다.

주로 하지 무렵에 모내기를 했는데, 그 모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이때쯤으로 보았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모를 낸 20일쯤 뒤인 소서 때에 김매기를 했던 것이다. 모 뿌리에 잡초가 얽히면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에 마을사람들이 모두 함께 나서서 했다. 각자의 논에만 김매기를 한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서 힘이 부족한 어르신들이나 여자와 어린 아이들만 있는 집의 논까지 함께 김매기를 해주는 등 두레의 풍습도 이어갔었다.

그리고 '늦모심기'도 이루어졌다. 하지부터 소서까지 심는 모를 늦모라고 하는데, 오랜 가뭄에 논물이 없거나 일손이 늦어진 사람들이 늦모심기에 바빴던 시기였다. 또한 논둑과 밭두렁의 풀을 베어 퇴비를 장만하기도 하고, 가을보리를 베어낸 자리에 콩이나 조, 팥을 심어 이모작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서'를 비롯한 '24절기'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24절기는 중국의 주나라 때부터 시작되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음력은 날짜를 세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면서 생기는 날씨의 변화를 잘 나타내지는 못했다. 그래서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도는 공전 주기를 24등분 한 뒤, 날씨의 변화를 연구하게 된 것이다. 원이 360˚이기에, 이를 24등분 하면 한 칸은 15˚에 해당된다. 즉, 15˚만큼 바뀔 때의 상황에 황하 유역 지방의 날씨를 나타내는 용어를 붙여 24절기를 완성한 것이다.

즉, 24절기는 음력을 사용하는 시대에 농사에 이용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사실상 양력과는 상관없이 만들어졌지만, 달을 기준으로 한 것이 아니라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움직이는 것을 기준으로 삼아 정했기에 양력의 날짜와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24절기의 날짜는 양력으로 매월 3일에서 9일 사이, 그리고 19일에서 23일 사이에 있게 된다.

그런데 절기와 절기 사이는 대부분 15일이지만 14일 또는 16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원이 아닌 약간 찌그러진 타원모양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지구가 15˚를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부들 사이에서는 '물 때'라는 말이 있다. 일곱물이다, 아홉물이다, 하면서 만조 조수간만의 차이를 알아본 후 고기잡이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는 음력이 기준이 된다. 즉 달의 움직임을 갖고 측정하는 것이다. 미 해군의 최첨단 기술에도 음력을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양력을 도입한 시기가 대한제국 말엽으로 비교적 최근이다. 그런 점에서 양력이 없었던 농경국가 시절에도 24절기를 사용하며 마치 농사일정표처럼 농사짓는 순서와 시기, 방법 등을 제시한 옛 선조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그리고 계절별로 각각 6개의 절기를 담고 있기에 우리나라 계절의 변화모습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심해지면서 4계절에도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닌가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24절기는 결코 급변하거나 없어질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옛 선조의 지혜가 담겨있는 24절기에 대해 더욱 관심을 기울이며 일상생활의 기본적인 기준으로 삼게 된다면, 여러모로 생활에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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