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와 정부부처, 자치단체의 영문 홈페이지가 오류투성이어서 국격을 실추시키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를 비롯해 심지어 세계 각국의 외교문제를 통할하는 외교부는 물론,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실과 한국의 수부(首府)도시 서울시의 영문 홈피마저 엉터리라고 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철자도 틀리고 대·소문자도 구분하지 못하는 이 같은 엉터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000년 고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인 영문표기 규정을 무시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이 제정된 지 17년이 지나도록 표기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수치다. 한국식으로 발음하거나 비문법적 표현을 사용하는 '콩글리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세계적인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영문 홈페이지의 중대한 오역(誤譯)이나 오기(誤記), 오·탈자(誤·脫字)를 바로잡는 일은 한시도 늦출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국가명을 표기할 때는 대문자와 소문자의 차이도 엄청난 오류를 가져온다. 이를테면, China는 중국을 의미하지만 china는 '자기(porcelain·도자기)'를 뜻하며, Japan은 일본을 지칭하지만 japan은 '옻칠(漆)', 즉 '일본제 도자기'를 일컫는다. 세계 각국에 대한민국을 알리는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영문 홈페이지의 잘못된 표기를 바로잡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공공기관 영문 홈페이지 기관장 인사말에 'Message(메시지)'를 'Massage(마사지)'로 표현하고도 낯 뜨거움을 모른 채 대한민국의 국격을 말할 수는 없다. 문제는 정부부처의 영문 홈피도 이 지경인데, 지방자치단체나 산하기관의 사정은 안 봐도 미뤄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 회사도 아닌데, 하물며 정부부처와 자치단체의 영문 홈페이지가 세계적인 망신거리가 되고 있다는 게 말이 되는가.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것은 당연히 홈페이지다. 더 이상 나라를 망신시키는 일이 없도록 영문 홈피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정부차원은 물론, 학계 등 민간차원의 활발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영문 홈피의 오류를 바로잡는 일이야말로 국격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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