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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턴 카플란 세계원자력협회 이사, 아벨 곤잘레스 아르헨티나 원자력규제위원회 수석자문관, 서지 골린 세계원자력협회 산업협력국장
[세계원자력전문가 3人 한국에너지 수급정책 긴급진단]

탈원전 논쟁 본격화되는데…
원자력 발전, 에너지 독립 큰 역할 탈원전땐 기후변화공약 달성 난항 사용 가능한 에너지 포기하면 안돼

신재생에너지 확대 가능한가?
태양·풍력 발전량 기후따라 제각각 신재생에너지 공간확보 등 비용 커 원자력발전, 생산단가 계산땐 더이득

안전성 문제 해결 방안은?
철저한 지도·감독만이 국민신뢰 얻어 독립적인 규제기관이 점검 도맡아야 전문성 지닌 인재 늘어야 발전 이뤄

탈(脫)원전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원전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겠다는 에너지 수급정책의 현실성이다. 해외 원자력분야 전문가인 서지 골린 세계원자력협회 산업협력국장(영국 출신), 밀턴 카플란 세계원자력협회 이사(캐나다), 아벨 곤잘레스 아르헨티나 원자력규제위원회 수석자문관(아르헨티나) 등 3인과의 인터뷰를 통해 새 정부 탈원전 정책의 이면을 짚어봤다. 이들 전문가는 세계원자력대학(WNU) 특별강연을 하고자 지난 7일 대전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국제원자력교육훈련센터를 방문했다.

◆한국 탈원전 어떻게 바라보나-“빈국(貧國)시대로 다시 후퇴될 것”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고리원전 1호기 영구폐로 행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며 탈원전 시대를 선언했다. 오는 2030년까지 원전비중을 현재 30%에서 18%로 낮추고 그 대신 신재생에너지를 5%에서 20%, 친환경액화천연가스(lNG)를 20%에서 37%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서지골린 국장은 인터뷰에서 이같은 한국 탈원전 정책에 전력 수급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내세웠던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인 것은 알지만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운 변화라 이해하기 어렵다. 한국은 지난 50여년간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잘 건설해 운영해왔고 그럼으로써 기술·상업적 많은 혜택을 입은 것은 물론 환경적 측면에서도 더 깨끗한 나라는 만드는 데 기여했다.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에너지 독립성을 키우는 데도 큰 역할을 해왔다. 수십년동안 좋은 평판을 구축해오면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하고 제 때에 잘 건설한 점은 세계 원자력업계에서도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그동안 쌓아온 이러한 성과로부터 더 발전을 추구하지 못하고 멀어져가는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다. 만약에 한국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계속 편다면 앞으로 기후변화 공약을 달성하는 것도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분명히 전력 가격도 상승할 것이고 원자력 에너지분야 경쟁력도 떨어진다. 중국 등의 이웃국가가 원자력을 더 저렴하게 생산하려고 노력 중인데 한국은 앞으로 중동처럼 경제자체가 불안한 국가에 에너지 수입을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곤잘레스 수석자문관도 한국이 탈원전에 따른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1974년 첫 방문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굉장히 빈국 중 하나였다. 국민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데도 경제적 수준이 굉장히 낮았다. 그랬던 한국이 지금 다른 선진국에 비해 높은 생활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천연자원이 없다. 가장 큰 변화는 기술발전이고 이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것은 단연 원자력이다. 한국은 원자력 기술로 저렴한 전력을 풍족하게 공급받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른 기술발전에도 큰 공헌을 했다. 가난과 에너지는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은 다시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포기하는 것은 곧 다시 가난했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하는 것이다.”

카플란 이사는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도 중요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국은 지금 수준의 원자력 발전을 꾀한 것에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 지난 60년간 지속적인 원자력 기술 발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최고 원자력 기술 국가가 됐다. 물론 신재생에너지도 지속해서 추구해야하지만 원자력이 가진 환경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탄소배출을 줄여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하려면 원자력도 중요한 축을 담당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현실성 있나-“한국 지리적 여건상 한계 많아”

카플란 이사는 신재생에너지 자체의 한계, 한국의 지리적 여건을 탈원전에 따른 문제점으로 들었다. “태양력,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큰 문제는 바로 간헐성이다. 태양열은 해가 나와있을 때만, 풍력은 바람이 불 때만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어 발전량이 일정치 못하다. 이런 문제때문에 신재생에너지 도입시 추가적 비용도 항상 고려해야 한다. 또 신재생에너지는 상당히 많은 양의 토지를 여러곳에 걸쳐 필요로 한다. 한국은 캐나다와 달리 국토 면적이 좁아 공간 확보가 어렵다. 원자력은 적은 토지를 활용해 상당히 많은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200메가와트를 생산하려면 굉장히 많은 풍력발전단지가 필요하지만 원자력발전소라면 1호기 발전의 20%만으로도 가능하다. 비용 면에서도 원자력은 발전 생산단가를 계산할 때 이미 폐기물 처분과 해체비용까지 감안한 것이어서 우려만큼 큰 무리가 없다. 오히려 지난주 연구조사에서 태양열에 사용되는 태양열판이 같은양의 전력 만들어낼때 원자력보다 300배나 많은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감안하면 원자력의 비용이 많다고만 볼 수는 없다.”

◆세계 에너지산업 동향은-“에너지 안정적 수급 위해 원자력 축소 못해”

카플란 이사는 자국 캐나다 역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를 느껴 현재는 원자력에 많은 의지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이미 탈원전을 추진하는 독일에 나타나고 있는 여러 문제점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우리 캐나다도 원자력 의존이 높은 편이다. 특히 내가 살고 있는 온타리오주는 가장 인구밀집이 높은 도시인데 현재 원자력비중이 전체의 60%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 원자력기구가 말하는 비중(11%)보다 훨씬 높다. 캐나다 정부도 원자력발전소가 노후화되면서 한국이 했던 것처럼 영구정지할지, 다른 재생에너지로 돌릴 것인지 설계수명을 결정해야 했다. 온타리오주는 여러 검토를 거쳐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전력수요를 맞출 수 없고 화력발전은 환경을 위해 더 이상 추구해서는 안된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2015년 캐나다달러로 25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원전 10호기를 향후 15년간 개선, 설계수명이 거의 다된 발전소들이 2060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됐다. 원자력발전에 집중한 덕분에 북미지역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가장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독일만 봐도 탈원전의 파장을 알 수 있다. 독일은 태양광 혹은 풍력발전을 위해 굉장히 많이 투자했지만 아직도 생산하는 전략양이 미미해 프랑스를 비롯해 이웃 국가로부터 많은 양의 에너지를 수입 중이다. 주전력은 여전히 화력발전에 의존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015년 대비 크게 증가한 상황이다. 독일은 앞으로도 탈 원전정책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곤잘레스 수석자문관도 아르헨티나 역시 원자력 중요성이 높다고 소개했다. “우리 아르헨티나는 한국에 비해 훨씬 많은 태양열 혹은 풍력발전이 가능하지만 신재생에너지만가지고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르헨티나도 캐나다와 마찬가지로 노후화된 원전 설비개선을 실시키로 했고 발전소 설계수명을 연장해서 계속 운전할 수 있게 됐다.”

서지골린 국장은 원자력 발전이야말로 영국 내 안정적 에너지 수급정책의 핵심이라고 정의했다. “영국도 균형잡힌 에너지 계획 일환으로 원자력을 계속해서 추진 중이다. 지나치게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지 않는, 자체적 에너지 안보 확립차원에서도 원자력은 중요하다. 또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까지 줄인다는 목표때문에라도 원자력을 무시할 수 없다.”

◆원자력 안전성 어떻게 담보하나-“한치의 방심없는 안전으로 믿음 얻어야”

서지골린 국장은 철저한 지도와 감독만이 원자력에 대한 국민 믿음을 불러올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자력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역량, 영향력을 갖추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독립적인 규제기관을 통해 엄격한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 영국도 국민수용성 측면서 원자력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지금 원자력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계속해서 대화하면서 원자력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국제적 규제기관의 기준이 잘 마련돼 있고 세계원자력사업자협회(WANO)과 같은 독립적 규제기관도 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WANO에 가입돼 있는 운영사들이 가동 중인 발전소는 다른 국가 전문가들에 다시 한번 안전사항을 점검받도록 하고 있다.”

곤잘레스 수석자문관은 관리와 통제만 제대로된다면 우려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원자력 발전 통해 만들어지는 방사성물질은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안전성 우려는 종식시킬 수 있다. 한국 내 원자력발전소에서 생산해내는 방사성 페기물은 작은 규모에서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 유럽연합 조사 결과 인류에 가장 방사성 영향을 주는 것은 석탄을 활용하는 화석발전으로 나타났다. 석탄을 캐올 대 재가 남기 마련인데 이 재 성분 자체에 라듐이라는 악성의 방사성물질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발전소도 방사성물질을 만들어내기는 하지만 잘 통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예 관리가 안되는 화력이나 혹은 신재생에너지보다 훨씬 안전하다. 또 한국은 원자력발전소들이 현대적인 설계를 기반으로 가동 중이고 국제 원자력업계와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큰 우려가 없을 것으로 본다.”

카플란 이사는 기술이 아닌 사람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원자력은 기술이 아니라 실제로는 사람으로 이뤄진다. 원자력은 전문성을 가진 인재가 계속해서 양성되고 유지될 때 발전이 이뤄질 수 있다. 기술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원자력을 줄이는 대신 LNG를 확대한다는 계획이 있지만 해외에서 연료를 충당해와야하는 상황에서 자금 유출이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원자력을 계속 추구하면 한국 내에서 국민발전을 위해 사용된다는 측면도 염두해야 한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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