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응대 직원에 행패 부린 악성 민원인 잇단 징역형
유통업 서비스·판매종사자 60% “폭행등 괴롭힘 경험”

콜센터나 고객을 응대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에 대한 폭언과 협박 등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사례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대전지법 형사5단독 송선양 판사는 민원에 불만을 품고 건강보험공단 사무실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된 A(50) 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도 명령했다고 4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5시경 건강보험료 체납 독촉장을 보낸 것에 불만을 품고 대전지역 건강보험공단 사무실에 찾아가 20여분 동안 소란을 피우며 방문자의 민원 접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씨는 또 올 1월 4일 오전 11시경 건강보험공단 사무실에서 30여분 동안 업무 담당자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고 민원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추가됐다.

송 판사는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 중 일부를 부인하며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동종 범죄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는 점 등을 불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의류매장에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고객도 법원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지난 2월 24일 오후 9시경 대전 서구의 한 의류매장을 찾은 B(41) 씨는 매장 직원들이 자신을 봐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과 함께 옷을 집어던지는 등 소란을 피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밀치고 폭언을 퍼붓는 등 경찰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송선양 판사는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B 씨에 대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했다.

이처럼 고객을 응대하는 감정노동자들은 폭언에다 자칫 폭행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은 업무특성상 어쩔 수 없이 친절을 강요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다.

실제 2015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백화점·할인점·면세점 종사자 3470명을 대상으로 ‘유통업 서비스·판매 종사자 건강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한 감정노동자 61%가 조사 시점으로부터 1년 사이 고객으로부터 폭언·폭행·성희롱 등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응답자 89%는 회사의 요구대로 감정표현을 자제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응답 여성 60%는 ‘상당한 위험군’으로 분류될 정도로 피해가 심각했고, 남성은 25~28% 정도 고위험군인 상태로 조사돼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감정노동자들의 심각성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지난해 6월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감정노동자 보호 패키지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이에 따라 다양한 직군의 감정노동자를 포함하는 보호법 마련과 함께 악성 고객에 대한 실효성 있는 처벌규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재근 기자 jack333@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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