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정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감정노동자 보호법 제정을 약속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감정노동자 인권을 보호하는 법을 마련하라고 정부와 국회에 권고하기도 했다. 감정노동자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제도 구비는 여전히 미흡하다. 남몰래 눈물을 흘리는 감정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대전지법은 어제 민원에 불만을 품고 공공기관 사무실에 찾아가 소란을 피운 50대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의류매장에서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운 40대에게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고객과 대면해야하는 감정노동자들은 자칫 언어폭력이나 폭행에 노출되기 쉽다. 이번 판결은 감정노동자에게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감정노동자는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고객을 응대하는 노동자를 지칭한다. 판매, 접객, 간호 등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표시해야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주로 감정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보통 회사가 마련한 업무 안내서대로 감정표현을 해야 하는 탓에 일반 사무직 근로자들이 느끼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감정노동자의 30% 가까이가 업무로 인해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감정노동자 3000여명을 대상으로 건강권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1%가 조사 시점으로부터 1년 사이 폭언, 폭행, 성희롱 등의 괴롭힘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89%는 회사의 요구대로 감정표현을 자제했다고 밝혔다. 고객은 왕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직원을 괴롭히거나 인격적 모멸감을 준다면 이는 갑질에 해당한다.

감정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풍토여야 성숙한 사회다. 고객의 입장에서 감정이 격해질 수는 있겠으나 정도를 넘어선 무례한 행동은 삼가야 한다. 직원은 고객을 친절로 대하고, 고객은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우해야 마땅하다. 감정노동자도 한 치 거르면 우리의 이웃이다. 제도 구비에 앞서 인식개선이 중요하다. 아무리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있다한들 지키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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