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시험 열풍'은 암울한 청년의 실상을 읽을 수 있는 이 시대의 키워드다. 올해 9급 공채 지원자는 22만8000명으로 합격률은 2.2%에 그친다. 지난해 7급 공채 합격률은 1.3%로 더 낮다. 매번 시험에 떨어져 이른바 '공시 낭인' 신세로 전락하기 다반사다. 이른바 '헬조선'의 단면을 본다. 기업 취직이 어렵고 취업 후에도 안정적이지 못하다보니 자꾸 공직으로 몰린다.

4월 말 현재 우리 청년 실업률은 11.2%로 지난해 12월 말의 8.7%에 비해 2.5%포인트나 높아졌다. OECD 회원국 중에서 단연 최고다. 2위인 오스트리아(10.2→10.5%)의 8배가 넘는다. 5월말 체감실업률을 보면 5월말 기준 역대 최고치인 22.9%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높다. 올해 대졸 신입사원 채용 전형 결과 응시자 100명 중 최종 합격자는 2.8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공시족 열풍'이 대세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양질의 일자리가 갈수록 줄어든 탓이다. 한해 '공시생 45만명 시대'다. 그 가운데 절반은 9급 공채에 몰린다. 공직에서 꿈을 키우겠다는 이들을 무조건 나무랄 수는 없다. 공무원의 경우 정년보장으로 높은 고용안정성을 기대할 수 있고, 업무 형태, 휴가 및 복지 등의 근무 여건에다 공무원 연금도 매력 포인트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과 관련, 올 하반기 공무원 1만2000명을 추가 채용하기로 하자 공시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나이 제한이 없는 까닭에 직장인으로부터 퇴직자, 주부, 학생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층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너도 나도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현상은 정상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연간 17조원에 이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야만 한다. "일자리는 국민의 생명, 삶 그 자체이며, 인간 존엄을 지킬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백번 들어도 옳다. 다만 공공부문만이 일자리 창출의 전부가 아니다. 그건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궁극적으로는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여건을 살려주는 일이 시급하다. 중소기업에서도 청년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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