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 사진=이규식
서울 광화문 정 동쪽 끝에 정동진 그리고 남, 서쪽으로 각각 정남진, 정서진이라는 지명이 있다. 같은 이름을 두고 더러 지자체끼리 자기 지역이 정통이라고 우기는 해프닝도 벌어질 만큼 이런 이름은 매력적인가보다. 조선시대 도읍 한양의 경복궁을 중심으로 삼아 붙인 이름일터인데 고려, 신라, 백제, 고구려 등 여타 왕조 수도를 기준으로 한다면 전혀 다른 곳이 될 수 있겠다. 비교적 근래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홍보 차원에서 개발한 아이디어인 듯 한데 그런대로 인상에 깊이 새겨지면서 그 효과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그 정중앙이 어딘가 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강원도 양구가 이 대목을 선점하고 나섰다. 국토의 정중앙, 한반도의 배꼽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적극적인 홍보를 펼치고 있다. 통일시대에 대비하여 우리 국토의 한가운데라는 지역 이미지 창출은 아직 그리 널리 파급되지는 않았지만 흥미롭다. 군부대가 밀집해 있고 휴전선 바로 아래 인구 2만4000명의 양구에서는 국토의 정중앙, 한반도의 배꼽, 청춘 양구, 양구에 오시면 10년이 젊어진다는 등의 문구가 곳곳에 촘촘하게 눈에 띈다. 특히 다소 뜬금없어 보이는 '청춘 양구'라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조금 생각이 필요할 듯하다. 인구 2만 여명 중 상당부분이 노령자들일 텐데 웬 청춘일까. 우선 이 지역에 주둔한 군부대에서 생활하는 젊은 장병들이 떠오른다. 면회, 외출, 영외거주 등으로 인한 만만치 않은 유동인구가 이 지역 상권과 경기를 이끄는 견인차라면 청춘 양구라는 구호는 그런대로 이해된다. 소읍치고는 번화하여 숙박업소, 음식점 그리고 이런저런 점포들로 활기차 보이는 읍내를 벗어나면 공해에서 비껴난 울창한 녹지와 청정한 산림이 펼쳐진다. 이런 공기를 마시며 10년을 젊어지라는 덕담인 듯 싶었다. 인구감소, 기업체 유치의 어려움 그리고 마땅한 특성화 방안을 찾지 못하는 숱한 소규모 지자체 가운데 국토의 배꼽을 앞세운 청춘 양구라는 감성적 홍보 전략은 눈길을 끈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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