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성 미래철도연구원장
[투데이포럼]

수서발 고속철도를 코레일에서 분리해 민간에게 주겠다는 논란이 한창일 때 TV를 비롯한 각종 토론의 패널로 참여하면서 국민을 속이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것을 알고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그 결과 우려한 바와 같이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명분으로 설립된 SR(수서고속철도)은 코레일과의 분리로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어 최근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수서에서 평택까지의 고속철도 기본계획은 2009년에 수립됐는데 당시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의 제정 취지에 따라 코레일에서 운영하는 것이 전제된 계획이었으나 2010년 A건설사에서 ‘수서고속철도 민간투자사업’을 제안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고속철도를 민간재벌기업에게 주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의 KTX민영화 정책에 대해 경실련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에서 KTX민영화 반대를 주장했고 이러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가 박근혜 정부 들어 KTX민영화 정책을 '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수서고속철도 분리에 반대하고 철도공사와 철도공단 통합을 주장했던 당시 정창영 코레일 사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으며 코레일 몇몇 간부들은 좌천됐다. 이로 인해 언로는 막히고 SR분리에 반대하던 학자들은 입이 있어도 말하지 못했으며 혹자는 불이익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철도는 국민경제생활의 근간이므로 공공의 편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은 묵살됐고 한번 만들어진 KTX민영화 정책은 경쟁체제라는 미명으로 포장돼 계속 추진됐다.

SR이 개통될 때 국토교통부는 SR에 KTX운임을 코레일보다 10% 정도 낮출 것을 요구했고 코레일은 운임을 낮추지 못하도록 압박한 결과 코레일은 울며 겨자 먹기로 KTX운임을 낮추지 못하는 대신 운임의 일부를 적립해 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국민들은 경쟁이 되니 운임이 싸졌다고 반겼지만 운임이 싸진 대신 부족한 부분을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사실 이 손실은 국가의 손실이자 국민이 언젠가는 부담해야 할 세금인 것이다. 더군다나 놀라운 사실은 SR이 고속철도의 안전 운행을 책임지지 않는 구조라는 것이다. 코레일의 KTX를 임대해 운행하고 있으며 코레일의 역사와 차량기지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차량 정비도 코레일에 맡기고 있다. 또 유지보수도 코레일에서 해 준다. 물론 사고가 나도 코레일에서 다 복구해 준다. 수수료만 내면 되는 구조로서 흔히 말하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기 때문에 민간재벌기업이 탐을 낸 것이 아니었나 싶다.

통합정신을 바탕으로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는 새 정부가 출범한 지금 그 세부과제 중의 하나로 ‘국민의 철도를 국민의 철도답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철도의 공공성을 더욱 강화하고 국민들을 속이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코레일과 SR을 통합하는 것이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새 정부의 여러 가지 과제 중 첫 걸음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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