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교육감
[투데이포럼]

16세기 토마스 무어는 유토피아에서 "자기가 필요로 하는 만큼 물건을 가져다 쓰면 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로봇을 장착한 스마트 공장을 통해 무한정 생산된 엄청난 양의 '재화'는 인류에게 그런 유토피아를 선사할지 모른다. 혁명적 기술을 통해 이뤄진 생산성 향상은 사회적 부를 비약적으로 증대할 것이다.

축적된 사회적 부는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인류의 편리를 최고 수준에서 보장할 것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재앙이 될 지, 행복이 될 지는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는 사회경제 체제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의 단축과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는 인공지능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결정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과 우리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과 지속적인 학습이 필요한 이유이다.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통해 새로운 비전과 전망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비전과 전망을 세우기 위한 선행과제가 사회 변화의 핵심 키워드를 찾아 분석하는 것이다.

또 사회 변화의 중심적인 키워드를 분석함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새로운 교육체제를 도출할 수 있다.

지능정보화사회, 인구구조의 변화,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다원주의 사회 등 이러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우리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고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습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교육체제는 무엇보다 교육 주체들 간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전제돼야 한다. 현장에서 출발해 교육청과 중앙정부로 확산하는 상향식(Bottom up) 정책이어야 하며,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어야 한다. 백년을 내다보는 교육은 사회적 합의와 공론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새 정부가 내놓은 '국가교육위원회'는 민과 관이 상시적으로 만나 미래교육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가장 적확한 기구가 될 것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의가 풍성하다. 조속한 시일 내에 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자치 확대와 교육민주화 이행, 교육복지와 평등교육 실현,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 등의 내용을 담아야 한다. 특히 교육자치 확대를 위해 교육부의 권한 이양이 큰 폭으로 이뤄져야 한다. 초·중등 분야 교육 권한을 지방교육청으로 이전하고 통제와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

교육자치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교육재정 확보 및 지원 내용을 시급하게 확정해야 한다.

새로운 교육체제를 만들어가는 책무를 지닌 새 정부는 13개 분야의 교육공약(정책)을 제시하며 '교육의 국가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공교육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유아기 출발선 평등, 공교육 혁신 사교육비 경감, 1:1 맞춤형교육, 대입제도 단순화, 교육의 계층사다리 복원, 교육거버넌스 개편 등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에 적합한 정책들이다.

하지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수많은 이해당사자들의 갈등이 있을 것이다. 민주적인 의견수렴과 합리적인 의사결정과정이 필요하다.

올바른 결정과정을 통해 추진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새 정부의 교육정책들이 현장에 제대로 착근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교육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풀기 어려운 난제였다. 그래서 삼가닥처럼 뒤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올바른 철학과 슬기로운 판단이 중요하다.

더불어 오랜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는 시대적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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