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오 청주시 서원구청장
[화요글밭]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말이 무색한 시대에 살고 있다. 지금과 같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야 일반백성들은 글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 정보가 전달되는 수단으로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전달되는 구전(口傳)의 영향력은 상당히 컸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 요즈음 말의 역할을 인터넷 기반 위에서 작동하는 트위터(Twitter), 페이스북(Facebook), 미투데이(Me2day)와 같은 SNS(Social Network Services)가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정보통신기술의 혁명적인 발달은 정보의 대량생산과 유통을 통해 정보의 보편화를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크지만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것이 '가짜뉴스'다. 가짜뉴스(Fake News)란 정치·경제적 이익을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보도의 형식을 하고 유포된 거짓정보를 말한다.

'가짜뉴스'는 두 가지 형태로 전파된다. 일명 '카더라 통신’이나 ‘묻지마 뉴스'처럼 출처가 불명한 거짓정보를 사실처럼 인터넷을 통해 무작위로 유포하는 것과 유수한 언론매체나 검증된 소셜미디어(Social media)의 공식계정을 해킹해서 뉴스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조작도 하는 것이다. 좀 더 알기 쉽게 예를 들자면 전자는 각종 선거나 세월호사건 등과 같은 대형 이슈와 관련된 출처 없는 루머가 뉴스형태로 전파되는 경우고, 후자는 얼마 전에 카타르국영방송의 공식뉴스 채널을 통해 알타니 국왕이 이스라엘과 이란을 찬양하는 것처럼 뉴스를 조작한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카타르 정부가 가짜뉴스로 해명하면서 일단락되기는 했지만 중동지역을 일촉즉발의 전쟁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대형사건이었다.

가짜뉴스는 그것이 실수든, 고의든 그 폐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가짜뉴스가 초래하는 경제적비용이 연간 30조 900억원(당사자 피해금액 22조 7700억원, 사회적 피해금액 7조 3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가히 천문학적 숫자다.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는 거짓정보는 우리 사회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개인의 인격과 삶을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시스템을 왜곡시키고 붕괴시키는 화약고가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가짜뉴스는 특정 개인이나 집단 혹은 국가적 이익을 위해 지속적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행병처럼 죄의식 없이 우리사회에 만연되고 정치·경제·사회·문화 곳곳에 독버섯처럼 기생하며 자라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 발의 총성으로 인해 발발됐듯이 어느 순간에 어떤 사람이나 집단, 국가가 희생양이 될지 모를 일이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과 국가정보화기본법의 일부개정을 통해 일명 '가짜뉴스 방지법'을 추진하고 있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변화가 시급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는 우리 속담이 품고 있는 교훈은 말이란 순식간에 멀리 퍼져나가기 때문에 입 조심하라는 것이다. 왜곡된 말, 거짓 정보에 의해 고통 받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기업이나 공공조직은 물론 재래시장 호떡가게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가짜뉴스'는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내가 한 말이 화살이 돼 다시 내 가슴에 꽂힐 수 있음을 명심하고 삼가 경계하고 또 경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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