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를 대표하는 재래시장인 육거리시장에서 26일 새벽 4시경 불이 나 삽시간에 점포 15개를 태웠다. 충북소방본부 상황실에 화재신고가 접수된 후 완전 진화되기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40분이었다고 하니 이처럼 한심스러운 일이 없다. 상인들이 문을 닫고 퇴근한 시간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하마터면 청주 번화가에서 대형 참사가 빚어질 뻔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점포가 화마의 피해를 입은 것은 여타 재래시장의 화재 사례와 마찬가지로 소방의 기본을 모조리 무시한 원시적인 소방의식과 대책에 있음이 드러났다. 낡은 목조가옥에 10여평 이하의 소규모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오래된 건물인데다 자동소화설비와 화재탐지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불이 났다 하면 대형 화재로 번질 뇌관을 품고 있었던 셈이다. 상인들이 좁은 통로에 물건을 쌓아 놓음으로써 소방차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피해를 키운 것은 이번에도 재연됐다.

소방법에는 재래시장 등 화재위험지역에 대한 기본적 소방대책이 명시돼 있고, 소방관서가 끊임없이 점검과 단속을 실시하고 있는데도 대형 화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감독관청이 안전점검을 형식적으로 때우고, 업주 또한 화재 등 비상시에 대비한 업주 안전대책을 소홀히 하는 구태가 전혀 개선되지 못했음을 이번 화재는 방증하고 있다. 안전관리에 대한 불감증 탓이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화재에 취약한 반면 화재 발생시 대형 참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불이 나면 꼼짝없이 당하는 후진 사회의 틀을 이젠 벗을 때가 됐다. 소방당국은 재래시장 화재관리체계에 대한 재점검을 통해 방재시설과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화재를 신속히 진압할 수 있도록 특단의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업주 또한 비상통로 확보와 전기제품과 설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등 불조심은 전적으로 각자의 몫임을 인지해야 한다. 안전의식의 생활화만이 우리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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