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영화 '말아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관람객 400만명을 돌파했고 계속 영화관이 붐빈다.

다섯 살 지능의 자폐증을 앓는 스무살 청년, 그래서 '마라톤'을 '말아톤'이라 발음하는 아들을 키우는 한 어머니의 뜨거운 이야기가 눈물을 흘리게 한다.

정말 어머니의 헌신적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폐증 아들에게 자신감을 길러 주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가 하면 심지어 얼굴의 웃는 표정까지도 수없이 연습하게 한다.

가장 큰 감동은 '춘천 마라톤대회'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완주를 하는 것이다. 그 순간 그 비틀거리는 자폐증 아들을 온갖 정성과 헌신으로 마라톤 완주까지 성공시키는 어머니의 장한 모습과 그 아들에게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리고 관객들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글썽인다. 정말 인간의 의지는 위대하고 끝이 없다.

'말아톤' 영화가 아니어도 이와 같은 인간의지의 승리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본다.

대전 시티즌 축구단에 있다가 지금은 이적을 했지만 김은중 선수도 그중에 하나다. 그는 중학교 때 한쪽 눈의 시력을 잃어 버렸다. 하지만 김은중은 축구선수가 되기 위한 집념으로 이 사실을 감추고 축구 인생을 걸었다.?

두 눈을 가지고도 공을 다루기가 힘든 것인데 한쪽 눈만으로는 공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의 초점을 맞추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러나 그는 끝없는 훈련으로 이것을 극복했다. 그리고 2001년 11월 FA컵에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려 승리를 안겨 주는 등 축구선수로서 탄탄한 길을 걷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모든 것을 쉽게 포기하고 '인간 의지'를 접어 버리는 사람도 많이 보게 된다.

군대생활을 이겨 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젊은이가 1년에 55명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순간의 고통을 참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은 이 시대 우리 젊은이들의 큰 병폐다.

드라마 '불새'나 'KAIST'로 유명해진 배우 이은주양이 스물 다섯 젊은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는 것도 그런 것이다. 이은주양의 우울증을 탓하지만 이 역시 자기를 다스리는 의지의 문제다.

또 하나 안타까운 현상은 요즘 점집이 번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며칠 전 계룡산 갑사에서 신원사를 거쳐 논산 상월면 방향으로 나들이를 했었다. 놀란 것은 동네마다 굿당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이었다. 군데군데 굿당임을 알리는 입간판도 많았고 붉은 깃발, 흰 깃발을 꽂아 놓은 집들도 많았다. 서울 미아리 점집 타운처럼 하나의 타운이 형성된 것이다. 굿을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이야기다.

점을 치고 굿을 하는 곳은 이제 주택가에까지 진출했다. 또한 인터넷 시대에 맞춰 인터넷으로 사주, 운세를 보는 사이트가 수백 개에 이른다고 한다.

왜 이렇게 점집과 굿당이 구석구석 파고들고 그곳을 찾는 사람이 늘어만 가는가? 흔히 음력 정월 보름을 전후하여 그해의 신수를 보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우리의 관습이지만 요즘의 상황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불안한 때문일까?

넘쳐 나는 실업자 430만명은 언제쯤 일자리를 얻을까 하고, 도무지 풀리지 않는 사업이 올해는 좀 나아질까 하고, 여기에다 대학입시를 앞둔 자녀들, 이민을 떠나려고 고민하는 사람 등등.

이처럼 답답하고 세상 살아가기가 피곤한 사람들은 점집을 찾고 굿을 하기 전에 영화 '말아톤'을 한 번 보라고 권유하고 싶다. 점집에서 느끼지 못한 어떤 위로와 용기를, 그리고 잠재해 있는 자신의 의지를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당신은 끝내 마라톤의 종점에 골인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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