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갑 대전 중구청장
[목요세평]

청소는 단지 어지럽혀진 내방과 내 사무실을 치우는 행동이 아니다.

몇 년전부터 일본에서는 ‘꿈을 이루어주는 청소력’이라는 책이 공전의 히트를 치며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

이 책의 저자 ‘마쓰다 미쓰히로’는 사업을 실패하고 이혼까지 하며 인생의 밑바닥에서 자살 충동과 우울증에 시달리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집안에만 틀어박혀 살았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집으로 찾아와 쓰레기장처럼 변해있던 그의 집을 청소해줬다. 마지 못해 친구와 집을 대청소한 마쓰다 미쓰히로는 창문을 열어 집을 환기시키며 비로소 절망의 나락이었던 자신의 마음에 희망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로부터 약 2주 후에 그는 자신의 집을 청소해준 친구와 함께 청소사업을 시작했으며 지금은 일본 최고의 성공학 강사로 자리 잡았다.

청소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깨진 유리창 개념은 원래 범죄 현상을 주로 다루던 범죄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1982년에 만든 개념이다.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처음엔 학자들이 이 이론을 신뢰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론이 정확하게 맞다는 확신을 얻게 된 사례가 있다. 1980년대 중반에 뉴욕시는 급속도로 빈민굴처럼 변질됐는데 시 정부와 경찰이 이를 보면서도 방치했다. 범죄 발생률이 높기 때문에 기업과 중산층은 교외로 빠져나가 거주하게 되고, 뉴욕의 뒷골목과 낙서로 가득찬 지하철은 밤은 물론 낮에도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곳이 돼 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1995년 뉴욕 시장에 취임한 루디 줄리아니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뉴욕시 정화 작업에 돌입했다.

지하철 내부 벽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범죄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거듭 확인한 뉴욕 시민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태를 바꾸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노선을 갖고 있는 뉴욕의 지하철은 청소의 힘으로 변화하기 시작해 이제 더 이상 범죄의 온상이 아니라 뉴욕 시민 누구나 이용하는 시민의 발이 된 것이다.

지난 해 9월부터 대전 중구 전역에서 시작한 ‘우리동네 클린사업’은 위와 같은 사례와 맥락을 같이 한다.

‘우리동네 클린사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오래된 도시를 새로 지어서 깨끗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오래 된 것을 깨끗하게 가꾸자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가에 불법 쓰레기가 쌓이고 여름이면 잡초도 많이 자라 사람들이 가까이 가기가 어려웠지만 이제는 민관협동으로 그런 곳들이 사라져 가고 있다.

처음에는 동 주민센터 직원들이 중심이 돼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이제는 자생단체 뿐만 아니라 지역 내 많은 학교들과 각 동네의 노인회에서도 이 사업에 동참한다.

그 결과 사업을 시작한지 1년도 안됐는데 벌써 참여 인원이 3만 5000명이 넘었다. 낙서와 쓰레기로 뒤덮여 범죄의 도시로 낙인 찍혔던 뉴욕이 변했듯이 앞으로 우리 중구도 효문화 중심도시로 발전하는 데 있어서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구는 구도심이어서 재개발 재건축사업지역이 많다. 이곳은 사람들이 생활하기에 주변 환경이 깨끗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도 내 집을 고치듯, 내집 마당을 가꾸듯이 우리 중구의 환경을 더욱 깨끗하게 변화 시켜 나갈 것이다. 모든 구민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 갈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자의 바람이다. 지금까지 이 사업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더욱 많은 구민들이 참여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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