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식 문화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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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둘리, 뽀로로, 쿠마몬 <왼쪽부터>

캐릭터는 문화상품의 핵심으로 문화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캐릭터 이미지를 기반으로 여러 콘텐츠와 제품을 개발하는 이른바 원소스멀티유즈(O.S.M.U.)를 가능케 하는 중요요소로 활용과 소비 여부에 따라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개념으로 등장했다.

몇 년째 일본에서 인기를 끄는 쿠마몬의 존재는 현대사회의 캐릭터 수용과 열광의 저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일본 쿠마모토 현에서 신칸센 홍보를 위하여 곰 인형 속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이는 단순한 형태였으나 이제 쿠마모토와 큐슈를 넘어 전국적인 지명도로 무수한 상품에 활용되는가 하면 국민을 묶어주는 정서적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다. 별로 특이할 것 없는 평범한 곰 캐릭터가 몰고 오는 이런 관심과 열기는 결국 단순하고 익숙한 이미지에 끌리는 현대사회의 심리저변을 보여준다.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상에서 이런 평범한 캐릭터가 주는 친화력과 위안은 생각보다 강력한가 보다. 더구나 쿠마모토현이 쿠마몬 사용에 따른 일체의 저작권을 포기하여 누구나 활용 가능하도록 배려한 조치도 한 몫 거들었다.

온갖 캐릭터가 명멸하는 일본사회에서 쿠마몬의 꾸준한 인기는 우리 토종 캐릭터 둘리 그리고 뽀로로를 떠올리게 한다. 둘리의 경우 벌써 34년, 뽀로로는 14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지속되는 인기비결은 우리 사회 문화트렌드를 분석하고 미래 소비 패러다임을 예측하는데 유용한 지표로 쓰일 수 있다. 아기공룡과 귀여운 펭귄의 모습으로 일상 속 친근하게 다가오는 두 캐릭터의 건재와 장수 가능성에서 토종 문화의 힘을 확인한다. 팍팍하고 힘겨운 나날의 삶에 미소를 짓게 하는 국민 캐릭터 개발에 특히 젊은 인재들의 상상과 창의력을 접목하는 시스템을 기대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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