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영 단양경찰서 정보보안과
[투데이포럼]

어린 시절 우리 집 앞 허물어진 강둑에서 백골이 된 두개골과 탄두가 없는 포탄피를 보았던 기억이 있다. 지금도 남북 산천의 능선과 골짜기엔 화약 연기 속으로 사라진 이름 없는 넋들이 작은 묘비도 없이 바람 소리, 뻐꾸기 소리 있는 들 꽃 아래 잠들어 있다. 그들 중에는 이념이 뭔지 사상이 뭔지도 모르는 나이 어린 병사들도 있었다. 쏟아지는 포화 속에서 낮에는 살기 위해 싸웠을 것이고, 밤에는 두고 온 어머니 아버지 동생들을 생각하면서 그리움과 두려움으로 보냈을 것이다.

태어난 곳이 북이라서 인민군이 되었고, 태어난 곳이 남이라서 국군이 된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징집되어, 외세에 의해 총칼을 서로 겨룬 전쟁을 하였으니 차라리 그 피가 동족이 아닌 외세와의 전쟁에서 흘렸더라면 그렇게 까지 억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호국 보훈의 달인 유월엔 의병의 날(6.1)과 현충일(6.6), 6.25 전쟁 기념일(6.25)과 제2연평해전 기념일(6.29)이 있다. 현충일 하면 6.25 전쟁 시 나라를 위해 희생한 국군 장병들만을 기억하는 분들도 있지만 현충일은 독립운동을 하신 순국선열과, 독립 후 나라를 지키다 산화하신 호국영령과, 내적 위기로부터 헌법가치를 지켜내 2002년부터 국가보훈 영역에 포함된 민주화 지사들의 공훈을 기리는 날이기도 하다.

정말 고마운 분들이다. 그분들의 고마움을 기억하며 호국의식과 애국정신을 함양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우리는 왜 나라를 빼앗겼었고 어떻게 해서 갈라지게 됐으며 왜 내홍을 겪어야만 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거기에서 답을 찾아야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쟁은 수단이고 정치가 목적'이라는 전쟁론에 나오는 클라우제비츠의 말은 정치적 목적이 없는 전쟁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기에 항상 주변국들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느냐를 분석해서 전쟁의 예측과 양상을 가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제 더 나아가 이념의 덫에서 벗어나 이해와 상생으로 도약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방에 들어간 물건은 가방의 공간에 자신을 맞추지만 보자기는 물건에 자신을 맞춘다. 가방이라는 고정된 틀을 버리고 보자기처럼 시대에 따라 상대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급변하는 세계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존하신 순국선열과 호국영령과 민주 지사 분들께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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