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별 청주시 상당구 민원지적과
[투데이포럼]

엄마는 학창시절 내내 운동선수로 지냈다. 농구부를 시작으로 운동을 시작했고 사정에 의해 농구부가 해체되면서 양궁으로 종목을 바꿨다.

지금도 모든 일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엄마가 열심히 하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의 성격때문인 듯하다. 양궁부 연습 때문에 수업도 제대로 못 들으셨지만 틈틈이 공부에 열중했고 성적도 좋았다. 그렇게 공부를 병행하면서도, 양궁 실력은 우리나라 양궁선수 중 손에 꼽힐 정도였다. 국가대표로 활동할 정도였으니 얼마나 노력했는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대학에 진학할 땐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는 외할아버지 말에 순응하지 않고 당시 학비가 무료였던 한국체육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 코치직을 아르바이트로 병행하면서 집에서는 생활비도 받지 않았다. 엄마는 실력이 월등했으니 선수생활을 했고 이후엔 코치생활을 하며 아버지를 만나 결혼, 나와 동생을 낳고 살림과 코치활동 뿐만 아니라 아버지의 일도 거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체육교사들을 코치하던 중 ‘나도 한때는 아주 뛰어난 선수였는데 이렇게 코치로만 지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쳤고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새벽같이 일어나 초등학생인 우리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고, 지하철로 노량진 학원까지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강의를 들으며 오갔다. 학원이 끝난 후에는 다니던 대학교에 들러 하루 공부를 다시 상기하고, 저녁에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또 살림을 했다.

필자가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시기엔 아빠가 출근길에 나를 학교 도서관에 태워다 주고, 밤엔 엄마가 집에 태워갔다. 당연히 온실 속 화초처럼 집안일은 거의 손도 안댔다. 그렇게 편하게 공부하면서도 그 기간은 항상 힘들다는 핑계로 불만투성이였는데, 엄마는 그 모든 걸 하면서 어떻게 버텼던 걸까. 그렇게 노력하길 3년 차 되는 때 엄마는 임용고시에 합격했고 현재 체육선생님으로 즐겁게 지내고 있다.

아침잠이 많은 필자는 가끔 엄마한테 물어본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지 않아요? 일하기 귀찮지 않아요?" 그럴 때 마다 엄마는 말한다. "엄마는 일하는 게 너무 좋은데?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하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너무 즐거워. 천직인 것 같아."

아무리 천직이라도 일하며 힘든 일이 없었을 리가 없다. 그것마저도 내가 눈치채지 못하게 꿋꿋하게 이겨내면서 본인이 힘들게 이뤄낸 꿈에 자부심을 가지며 즐겁게 사는 엄마가 너무 존경스럽다.

난 공직생활을 시작한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났다. 아직 많이 서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혼자 힘들어 할 때도 많다. 그렇지만 힘들게 이뤄낸 나의 현재의 모습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힘든 일이 닥쳐도 엄마처럼 씩씩하게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나도 엄마한테 내가 하는 일이 너무 자랑스럽고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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