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이를 많이 낳은 부부일수록 맞벌이 비중이 떨어진다는 통계수치가 나왔다. 또 일을 하는 여성의 평균 출생아 수는 일을 안 하는 여성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가정 양립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통계치가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지난 10년 동안 1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붓고도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일·가정 양립 정책 강화가 긴요하다고 하겠다.

우리사회에서 맞벌이 부부가 출산하고 두 사람 모두 직업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부부 중 둘 중 하나, 그중에서 여성이 일을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는 경우가 꽤 많다. 첫 아이를 출산한 신혼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50.8%에서 41.2%로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통계청이 2014년 혼인한 초혼 부부의 2014년 11월 1일부터 1년간 출산과 경제활동 관계를 분석한 결과다.

아이를 추가로 낳은 부부의 맞벌이 비율은 27.9%에서 24.0%로 더 떨어졌다. 맞벌이가 줄어든 이유는 부인의 경제활동 중단 영향이 크다. 처음 출산한 부인 중 14.5%가 일을 그만뒀다고 한다. 추가 출산한 부인은 9.4%가 경제활동을 하다가 아이를 낳으면서 그만뒀다. 일을 하다가 그만둔 부인의 평균출생아 수는 0.56명인데 반해 계속 일을 한 부인의 평균 출생아 수는 0.49명이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키우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 증명됐다. 여러 원인이 있을 거다. 먼저 출산휴가를 꺼리는 직장 분위를 꼽을 수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고는 하나 임신한 여성이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해 근무한다는 건 먼 나라의 이야기로 들린다. 집안일은 여성 몫이라는 전근대적 사고방식도 한 몫 한다. 직장에서 돌아온 여성이 귀가해 가사일과 육아까지 전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직업을 가진 여성들이 출산으로 일을 놔야한다면 이는 국가적 손실이다. 한번 직장을 떠난 사람은 다시 채용되기도 어렵다. 경력단절녀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일과 가정을 분리하고 출산율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사실이 통계로 밝혀졌다. 여성가족부의 일·가정양립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맞벌이 여성이 가사노동에 들이는 시간은 남성의 5배에 달한다. 정책의 대전환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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