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규식
애국심에 호소하여 국산품 애용을 촉진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나라를 속히 부강한 나라로 만들자는 애국심에 힘입어 이런 마케팅은 오랜 기간 받아들여졌다. 대외무역 문호가 개방되면서 여러 나라와 FTA를 체결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해외직접구매가 일상화된 이즈음 애국심 마케팅의 효력은 현저히 떨어졌다. 특히 젊은 계층은 생산되는 국적을 불문하고 가성비를 따지고 감성소구에 민감한 편이어서 우리 시장은 세계 각국 상품의 일대 각축장이 된지 이미 오래이다. 그러는 사이 국내 제조업은 해외로 공장을 옮겼고 OEM 같이 외국산이라 하기도 뭣하고 또 국산품이라 부르기도 애매한 제품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거의 모든 분야에 침투한 중국산은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표시에 식상한 소비자를 염두에 두어선지 '메이드 인 P.R.C'라는 생소한 표기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중화인민공화국'의 약자인 P.R.C.건 '메이드 인 차이나'건 예전 우리 뇌리에 각인된 조악한 중국산은 이제 아니다.

호주에서 캥거루 마크에 '오스트레일리언 메이드'라는 라벨이 붙은 상품이 국민들 사이에 믿을만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좋은 물건을 고르는 척도로 홍보되는 사례<사진>는 참고할만하다. 우리도 국내산이면 으레 표기하는 보통명사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넘어 국가로고를 넣고 공인기관에서 품질을 보증하는 국가 브랜드로 격상시켜야할 때가 온 듯싶다. 선박, 자동차, 휴대폰, 반도체 같은 주력 수출상품은 물론 국내에서 유통되는 소비재, 생활소품에 이르기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는 좋은 상품이라는 경쟁력과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산 상품들의 홍수 속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를 봤을 때 새삼스레 반가웠던 경험들을 떠올린다. 딱히 애국심만이랄 것도 없는 이 복합적인 감성의 단초를 소중하게 여기며 본격 '메이드 인 코리아' 브랜드 마케팅으로 국내시장은 물론 해외에서도 제대로 대접을 받을 때에 온 듯싶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