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제 마약유통 조직원과 마약 투약자들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대전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동남아 등지로부터 필로폰을 밀반입하거나 투약한 사범 54명을 검거하고 이들 가운데 16명을 구속했다. 14만7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 4천405.4g(시가 140억원 상당)을 압수했다. 동남아에서 암약하는 마약유통 조직원이 국제특송우편을 통해 필로폰을 밀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 반입경로와 유통수단 등 범죄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국제마약 유통조직 국내 판매 총책 A 씨(대만인)는 지난해 11월 초부터 필리핀 등지에서 필로폰을 국내로 몰래 들여와 유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A 씨가 최근까지 9차례 걸쳐 우리나라를 오가면서 상당한 양의 필로폰을 유통하거나 해외로 판매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폭력 조직원 등도 동원됐다. 지난해 검경에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1만4000명대로 '마약청정국' 기준(1만2000명)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경찰청이 지난 2월부터 3개월간 마약류 유통사범을 집중 단속한 결과 2064명을 검거했다. 전년 1956명보다 5.5% 늘어난 것이다. 주목할 것은 인터넷·SNS를 통해 마약을 판매하는 수법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수법으로 마약류를 거래하다 붙잡힌 경우는 지난해 같은 기간 327명에서 올해는 381명으로 16.5%나 급증했다.

마약 운송 수단이 이처럼 다양해지고 있고, 밀수경로 또한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필로폰을 몰래 들여오거나 일본으로 밀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케냐·남아공)를 거쳐 아랍에미리트나 독일에서 한국, 미국으로 가는 경로의 마약류 밀수가 적발됐다. 캐나다→한국→대만을 거치는 대마초 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적발된 마약 사범의 분포도를 보면 종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중독자나 중범죄자 위주였던 것이 이제는 회사원, 대학생, 가정주부 등 일반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다. 그만큼 마약류를 손쉽게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마약류 제조 방법이 용이하다는 점도 취약점이다. 마약은 일단 중독되면 쉽사리 그 소굴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고 결국 심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공급 루트 및 유통 경로를 사전 차단하고 신종 마약류에 대해서도 일망타진할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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